[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은 확대되고 있다. 영국 국민의 국론이 둘로 분열된 것이 가장 뼈아프다. 신임 테리사 메이 총리가 "분열의 위기에 빠진 영국을 통합하겠다"며 자신있게 취임일성을 외쳤지만, 분열의 골은 깊어지기만 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고등법원 재판부는 "영국 정부는 의회 승인 없이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정부의 브렉시트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의회가 반대할 경우 브렉시트가 번복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국민투표 결과와 달리 영국 의회 내에는 브렉시트 반대파의 비율이 더 높다.
메이 총리가 꽤나 아픈 한 방을 얻어맞은 셈이다. 정부는 즉각 대법원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판결로 브렉시트가 번복되지 않는다 해도, 추진 속도가 느려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당초 그는 내년 3월말부터 브렉시트 협상을 개시할 방침이었다.
국민의 여론도 여전히 둘로 갈려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최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유권자가 51%로 찬성하는 유권자들(49%)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6월 투표 당시 찬성(52%)이 반대(48%)를 앞선 결과가 역전된 것이지만,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다.
동시에 브렉시트를 촉발시킨 이민자에 대한 증오는 커져가고 있다. 영국 내무부 집계 결과,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인 지난 7월에 발생한 혐오범죄는 546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특히 혐오범죄 중 79%는 다른 인종에 대한 범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브렉시트 충격에 경제도 악화될 전망이다. 일단 파운드화 가치가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로 31년만의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락한 파운드화 가치는 수입물가의 상승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결국 내년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내년 2분기께 영국의 인플레이션율이 현재의 4배 수준인 4%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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