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새누리당 지도부가 운명의 순간을 맞이했다. 당은 4일 의원총회를 열고 '최순실 게이트'로 어지러운 상황 수습에 나선다. 비박(비박근혜)에서는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지만 친박(친박근혜)은 결사항전을 선언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날 열리는 의총이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새누리당의 정국 운영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의총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우선 가장 먼저 친박과 비박이 장시간의 토론을 거친 뒤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하는 방법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 파동 당시 사용됐던 방법이다.
하지만 찬반 토론으로 결론이 나지 않으면 표결이 불가피해진다. 다만 당헌ㆍ당규상 당대표 불신임과 관련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 의총에서는 '사퇴 건의안' 형식으로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표결에 들어간다면 계파 갈등은 힘싸움으로 번지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사퇴 건의안이 통과돼도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당헌 제89조를 보면 '의원총회의 의결은 거수 혹은 기립을 원칙으로 하며,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즉 표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과반수의 의원이 의원총회에 참가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박에서는 친박의 의도적인 의총 불참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 참패 이후 당 수습을 위해 김용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전국위원회 정족수 미달로 무산시켰던 친박의 방식과 같은 방법이다.
당내 비박 모임을 이끌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초ㆍ재선 의원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입장을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확인되고 있다. 의원총회 연기나 불참 방식으로 우리의 노력을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약 정족수가 채워져 표결에 들어간다고 해도 비박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비박 의원들은 이 대표의 퇴임을 주장하며 50여명의 의원이 집단 행동에 나섰지만 이 중 상당수는 아직도 친박인 상황이다. 비박의 의견에 동조했던 친박 의원들이 막판에 의사를 철회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사퇴 건의안이 통과돼도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버티면 비박으로서는 딱히 수가 없는 게 난관이다. 현재 지도부는 이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다수가 친박이다. 비박이 소수이기 때문에, 만약 이 대표가 사퇴를 한다 하더라도 친박이 다수를 점하는 것은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비박에서는 이 대표의 퇴진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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