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개헌은 ‘국정 농단’의 ‘국정 수습’ 방안

시계아이콘01분 41초 소요

[뷰앤비전]개헌은 ‘국정 농단’의 ‘국정 수습’ 방안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AD

2년 전 일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개헌을 언급했다. 뜬금없었다. 당시 김무성은 집권당의 당대표였다. 대통령과 논의를 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발언을 취소했다. 급기야 대통령께 사과했다. 청와대는 겉으로 경제현안이 중요하다고 했다. 속내는 정권의 한중간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논의한다는 게 탐탐치 않았을 거다.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했다. 개헌의 수요는 늘 있었다. 그러나 여권은 요지부동이었다. 느닷없이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 불을 붙였다. 정부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다.

진심이 의심스럽다.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다. 차기 정권의 권력구조에 지금 정권이 간여할 명분이 약하다. 국회에 맡기기에 믿음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래도 개헌 논의를 허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임기 말엔 늘 그렇지만 예전보다 이른 시점이다. 견고한 지지층마저 이탈했다. 개헌의 목적이 국가가 아닌 정권 연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논의는 시작도 못 했다. 제안 하루 만에 터진 최순실의 ‘국정 농단’ 때문이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졌고, 민심은 파도처럼 출렁였으며, 비난은 들불처럼 번졌다. 개헌 논의는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

그럼에도 개헌은 추진돼야 한다. 현재 헌법은 1987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사회의 요구이자 국론은 민주화였다. 그동안 사회는 다양해졌고 그만큼 사회의 요구도 다양해졌다. 이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이 필요하다. 새로운 헌법에 담아야 할 사회변화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권력구조이다. ‘승자 독식’의 제왕적 패권은 한계가 분명하다. 지금은 과거 민주화처럼 하나의 국론을 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다양성, 즉 이념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승자는 패자에게 아량을 베풀지 않는다. 대립과 반목이 불가피하다. 새로운 권력구조는 우리의 정치의식과 수준, 정치인의 자질, 선거 비용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둘째, 불평등이다. 빈곤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가진 자가 돈, 직업, 지위, 권한 등 모든 것을 독점한다. 덜 가진 자는 자기 노력으로 가질 수 없는 것들이다. 꿈도 희망도 가질 수 없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갈등이 사회의 분절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평등 사회나 높은 복지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공정한 기회와 경쟁은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하지 못한 부의 승계나 사익편취 집단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셋째, 수도 이전이다. 한국은 서울과 그 밖의 도시로 구성돼 있다.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이 교육, 문화, 소비 등 모든 선택과 활동을 빨아들인다. 지방분권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앞서 나가는 느낌이다. 오히려 지역 이기주의로 지역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지방의회의 수준을 고려할 때 입법권을 부여하는 것도 신중히 해야 한다. 따라서 수도 이전이 격차를 해소하는 최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혼란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는 겉돈다. 겉으로 국가를 걱정하지만, 속으로 내년 선거를 고민한다. ‘내가 하면 다르다’는 잘난 체보다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진정성을 보고 싶다. 대통령도 ‘국면 전환’ 개각보다 ‘국정 수습’에 필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


개헌 논의는 여야 모두에게 전열을 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이 공감하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개헌은 오롯이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선거와 당리당략을 추구하는 정치는 더 보고 싶지 않다. 지금 대한민국도, 개헌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혼란을 수습하는 대책이 될 것이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