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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차은택 한 무대에 올랐던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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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27일 차은택 감독의 뮤지컬 '원데이' 공연 관람

박근혜 대통령-차은택 한 무대에 올랐던 그 날 2014년 8월 청와대 트위터 속 박근혜 대통령과 차은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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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무료가 아니었다면 연출가든 배우든 누구든 붙잡고 멱살을 흔들었을 거야. 난 어떤 극을 보든 이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극은 내 심신이 편안한 상태였음에도 한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어."

2014년 8월27일 인터넷 디지인사인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올라온 공연 후기다. 그리고 2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이 글이 다시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서울 대학로 공연장을 찾아 관람한 창작 뮤지컬 '원데이'다. 이날 무대에 오른 박 대통령은 "문화 융/복합의 첫 걸음이라는 데서 의미가 큰 공연"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옆에는 검정 선글라스를 낀 양복 차림의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감독이 서있었다.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후 일주일여 만에 차은택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하지만 이 공연의 유일한 후기를 남겼던 네티즌의 리뷰가 가관이다. 극은 전통 설화인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시공간을 초월해 펼쳐지며, 장르도 연극과 무용, 영화, 뮤지컬 등을 넘나든다. 공연에서는 현세에서 가수가 된 주인공 견우가 칠월 칠석만 되면 원인도 모른 채 심장에 고통을 느끼며 쓰러진다. 리뷰 작성자는 "견우가 '억, 심장이 왜 이렇게 두근거리지 으억'하는 걸 들었을 때 쇼크란...총 세 번 저런다. 계속 연달아 이러니까 관객에서 웃음도 터졌다"고 했다. 심지어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데 라이브도 아니고 녹음이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람하고 차은택이 연출한 뮤지컬 '원데이'에 대한 평은 이 글이 유일무이하다. 네티즌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은 무대에 오르기 일주일 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금 1억7000여만원을 받는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이날 이후 한 번도 재공연되지 않았다. 당시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통령 면담을 위해 단식 투쟁을 하고, 특별법 제정을 두고 여야가 대치중이던 상황이었다. 이런 시국에 대통령이 유유자적 공연장을 찾은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무대에 올라 "정부도 견우와 직녀를 이어주는 오작교처럼 다양한 분야 예술에서 만남의 기회를 이어줄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정부가 다양한 문화 분야에서 견우와 직녀처럼 이어준 것은 비선실세 최순실과 차은택이었음이 최근에서야 드러났다. 대표적인 예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차은택이 주도한 사업으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7176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국가이미지홍보사업, 국가브랜드 선정, 늘품체조, K-컬쳐 밸리 등 차은택과 관련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부 프로젝트는 20여개나 된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문제가 되고 있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 공연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공연계도 타격을 받고 있는데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문제로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작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작품은 외면하고서는 함량 미달의 작품에 큰 돈을 척척 지원했다는 뉴스를 보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정권이 내세운 문화융성은 결국 일부 몇 사람 배를 불리는 효과만 낳았다"고 토로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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