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정치적 중립을 중시해온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올해 미국 대선 막판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지난 주 클린턴 이메일 재수사 방침 공개로 미국 대선 지형을 뒤집어 놓더니 1일(현지시간)에는 15년 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면 스캔들 수사 기록을 전격 공개했다. 다 잡은 대선 승리 기회를 FBI발 대형 악재에 날려버릴 위기에 처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캠프는 노골적이고 편파적인 선거 개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FBI는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01년 임기 마지막 날 각종 비리로 외국에 도피해있던 미국의 억만장자 마크 리치를 사면해 논란이 된 사면 스캔들 수사기록 파일을 공개했다.
129쪽의 수사기록은 정보공개법에 따른 자료를 공개하기 위한 FBI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일반에 알려졌다. 유대계인 리치는 석유와 무역 등으로 부를 축적했지만 1983년 사기와 조세 포탈, 적성국과의 불법 석유 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뒤 외국으로 도피한 바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1년 임기 마지막 날 176명을 사면하면서 리치도 이에 포함했다. 이후 리치의 부인이 민주당과 클린턴 측에 거액의 후원금을 낸 것이 알려지면서 사면 스캔들로 비화됐다. 당시 법무부는 이에 대한 수사를 벌였으나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불기소 결정으로 사건을 종결한 바 있다.
클린턴 이메일 재수사 방침 공개로 선거 개입 의혹에 휘말린 FBI가 굳이 이 시점에 이 수사기록을 공개하고 트위터 계정을 통해 대중에 알렸는지에 대한 의혹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FBI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정보공개 절차에 따른 조치였다는 점만이 확인될 뿐이다.
클린턴과 민주당 측은 제임스 코미 FBI국장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와의 연계 관련 수사에 대해선 침묵하면서 유독 클린턴에 불리한 정보를 잇따라 공개한 점을 들어 '편파적인 이중 잣대'라고 들끓고 있다. 브라이언 팰런 클린턴 캠프 대변인은 트위터 등을 통해 "정보공개법상 소멸 시한은 없다지만 이는 뭔가 수상하다"면서 "FBI는 트럼프의 1970년대 흑백 주택 차별에 대한 문서도 게시할 것이냐"고 반박했다.
한편 CNN은 FBI가 트럼프와 러시아 연계 조사에 대해선 '현재까지 드러난 범법 혐의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중잣대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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