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회동에도 거국중립내각 공조는 못해…특검·국조엔 합의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정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여)씨의 조기귀국, 여당의 거국중립내각 수용으로 수(手)를 잃은 야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국수습방안 역시 제각각이어서 혼선도 빚어지는 모양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권에서는 최씨의 국정개입 사건의 시국수습방안으로 제시된 거국중립내각 구성문제를 두고 '백가쟁명'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야권 최대주주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새누리당의 즉각적인 거국중립내각 구성요구를 거부하고 사실상의 박근혜 대통령 2선 후퇴론을 제기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의 전권을 맡길 것을 선언하면서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해야 한다"며 "새 총리의 제청으로 새 내각이 구성되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 전 대표의 주장은 거국중립내각이 꾸려지더라도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이 실권(實權)을 내려놓지 않는 한 거국중립내각은 정국전환용 카드로 쓰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는 '여야 합의 국무총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다른 야권의 주장과 달리 여야 합의로 국무총리를 선출해야 하고, 진상규명-국정수습을 병행하자는 주장이라는 것이 안 전 대표측의 설명이다.
안 전 대표는 전날 지역위원장들에게 보낸 SNS 서한을 통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려면 각 당이 어느 장관을 맡을지 등을 두고 끝없는 싸움·논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외교를 포함해 자신이 가진 모든 권한을 총리에게 위임할 것임을 약속한 뒤 국회에서 3당 합의를 통해 총리를 선출하고, 권한을 위임받은 총리가 내각추천권을 활용해 새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날 열린 회동에서도 야3당의 원내대표들은 거국중립내각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당은) 대통령의 탈당이 전제돼야 하고, 이후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영수회담을 통해 총리를 합의추천 한 뒤 새 총리가 각료까지 추천하는 형태의 거국중립내각을 꾸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 역시 "정의당은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있어 거국중립내각이 아닌 과도중립내각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야3당은 국정조사·별도특검을 추진키로 하면서 진상규명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는데 성공했다. 앞서 민주당은 별도특검을 추진하자는 입장이었지만, 국민의당은 검찰수사를 지켜 본 후 특검·국조를 추진하자는 신중론을 펴 왔다.
이 원내대변인은 야 3당이 국정조사와 별도특검을 투트랙으로 진행하는데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국회 차원에서 지켜볼 수만은 없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라도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진행이 현재 짜맞추기 수사, 꼬리자르기 수사의 가능성을 보면서 별도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