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최순실(60)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정치권에서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는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여권에서도 거국내각 요구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물론 야권의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거국중립내각 요구가 터져나오고 있다. 거국중립내각은 각기 성향이 다른 제(諸) 정당·정파가 합의해 국무총리 이하 내각을 구성, 국정을 운영하자는 의미다.
정치권에서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제기되는 것은 최순실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이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 제 정당·정파가 구성하는 중립내각을 통해 차기 대선까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당장 야권에서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차기주자들이 앞다퉈 거국내각 구성이나 거국총리 선출을 요구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도 민주당은 일찌감치 거국내각을 요구했고, 국민의당 역시 28일 "대통령은 당적을 정리하고 어제 의원총회에서도 거론됐던 거국중립내각을 검토할 때"라며 거국내각 요구를 공식화 했다.
비박(非朴) 진영을 중심으로 여당에서조차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28일 개인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앞으로 외교·안보 등 외치에만 전념하고 내치는 책임총리에게 맡겨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며 거국 중립내각으로 이것이 나라꼴이냐라는 한탄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과 전날 청와대에서 회동을 가진 여권 원로 8인 중 일부도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사자인 청와대는 거국중립내각 구성보다는 청와대 참모진 교체 등 인적쇄신, 책임총리 임명 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교안 국무총리 역시 "거국내각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를 시험의 대상으로 할 수 없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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