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검찰, 미르ㆍK스포츠재단 오늘에야 압수수색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대국민사과에 나섰지만 논란은 국가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있었던 25일 오후에 이어 26일에도 '박근혜 탄핵', '하야', '최순실' 등과 같은 키워드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국민적 관심과 실망을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에서 시작된 이번 논란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이화여대 특혜 학점과 입학,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 청와대 참모진 인선과 국가기밀 내용 유출 의혹 등으로 번지면서 정권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비선 실세의 실체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 가운데 미르ㆍK스포츠재단 특별수사팀(팀장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은 26일 오전 9시께 두 재단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최씨와 관계자 주거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에는 조모 전 더불루케이 대표(57)를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는 등 지난주부터 일주일째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계자와 전경련,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언론 등을 통해 각종 의혹과 관련 증거가 무더기로 공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 속도는 여기에 못 미치고 있다.
최씨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운영 개입 의혹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0일이다. 같은 달 29일에는 시민단체가 최순실 의혹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하고 검사 2명을 투입했다. 관련 전문가집단인 특수부가 아닌 형사8부에 사건을 배당된 것을 두고도 비판 여론이 거셌다.
최순실 의혹 고발이후 20여일을 미적거리던 검찰은 지난 20일 박 대통령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불법행위가 있으면 엄정 처벌하라"는 발언이 있은 후에야 잰걸음을 시작했다. 특수부 검사 등을 추가로 파견해 수사팀 규모를 늘렸지만 그럴 것이라면 애초부터 왜 특수부에 배당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샀다.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는 대통령 연설문 유출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수사를 개시하고도 한 달 가까이 재단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자금 추적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 핵심 증거는 폐기되고, 관련 서류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검찰이 주변부만 찌르는 사이 의혹의 몸통인 최순실씨와 차은택씨는 잠적해 종적이 묘연하다.
최씨를 국내로 불러들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다. 범죄인 인도청구를 통해 독일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거나 형사사법공조를 이용해 현지에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 등의 절차를 거치다보면 시일이 오래 걸리거나 해당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낼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외교부 장관이 범죄 혐의자의 여권을 박탈시켜 국제적으로 신분증을 없애는 방법도 있다. 정부는 지난달 롯데그룹 비리 사건과 관련해 서미경씨의 여권의 효력을 정지시킨 바 있다.
신병조치 계획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숙고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특별검사제도 추진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특검은 수사 자체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거나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없을 때 도입하는 제도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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