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일본 공식 방문을 시작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비격식, 막말 행보에 일본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25일 도쿄에 도착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28일까지 공식 일정을 이어간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시 껌을 씹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 등과 같은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아베 신조 총리, 아키히토 일왕 등 일본 내 주요 인사들과의 회담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특히 엄격한 격식을 차리는 것이 관례인 아키히토 국왕과의 만남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외교 결례를 해서는 안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현지 TV들은 두테르테가 과거 청바지를 입거나 단추를 풀어헤치고 양말을 신지 않는 등의 차림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전직 일본 외교관 미야케 쿠니히코씨는 후지 TV에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다"면서 "상대국 얼굴에 먹칠을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집권 자민당의 중진 의원인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일본 방위상은 "국왕을 만나러 와서 보여주는 행동은 의미가 크다"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껌을 씹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필리핀측이 계속 주지를 시켜주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동맹인 일본은 '튀는 행보' 외에도 두테르테의 친중방미 모습을 우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후 첫 일본 방문에서 아베 총리를 비롯한 관료들은 소원해진 미국과 필리판의 관계 회복 정상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일관성 없는 발언들이 주변 국가의 우려를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앞서 일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군사동맹이 유일하며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25일 일본 방문에 앞서 출국 기자회견에서는 "나는 미국의 애완견이 아니다"라면서 또다시 돌직구를 날렸다.
신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만나는 상대에 따라 얼굴을 바꾼다는 평가와 미중을 저울질하는 전략가라는 평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일본에 어떤 인상을 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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