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김모씨 마지막으로 남긴 말 "회사에 늦는다고 연락해야 한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강장 안전문과 전동차 출입문 사이에 낀 후 숨진 김모(36)씨 사망 사고의 경위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21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전동차에 타고 있던 여성 목격자는 사고가 나기 전 김씨가 "문을 열어달라"고 외치는 것을 4~5회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기관사에게 최초 신고를 했던 남성은 김씨였던 것이다.
당시 전동차 출입문과 승강장 안전문 모두 닫혀 있던 상황으로 김씨는 기관사에게 전동차 내에 있는 비상통화장치를 이용해 이러한 말을 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해당 목격자는 "외침 이후 문을 보니 전동차 문만 열렸고 승강장 문은 열리지 않았다"며 "이후 김씨가 승강장 안전문을 손으로 열려고 시도했다"고 전했다. 또 "30초 가량 지나자 전동차 문이 닫혔고 이때 김씨가 문 사이에 꼈고 전동차가 출발해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에 의한 목격자 진술과 여러 증언들로 미루어 볼 때 김씨는 회사에 늦지 않기 위해 전동차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던 것으로 보여 진다.
김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회사에 늦는다고 연락해야 한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업무보고에서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김씨가 의식을 잃기 전 역무원에게 "회사에 늦는다고 연락해야 하니 휴대전화를 찾아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즉,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것을 조금 늦게 안 김씨가 문을 열고 나가기 위해 비상통화장치를 이용해 기관사와 통화를 했고 승강장 안전문을 열기 위해 시도했으나 이에 실패한 것으로 추측된다.
승강장 안전문은 기관사가 전동차 안에서는 개폐를 조작할 수 없고 승강장에 있는 조작반을 사용해야 조작할 수 있다. 또 승하차가 끝나고 닫히면 승강장 안전문은 센서 동작이 정지하기 때문에 물체가 있어도 감지할 수 없다. 이미 승하차가 끝나 김씨가 열기 위해 노력했던 승강장 안전문이 다시 열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동차 출입문과 승강장 안전문 사이는 불과 28㎝에 불과하다. 4-1지점에서 끼였던 김씨는 7m가량을 이동한 후 3-4지점의 비상 안전문으로 밀려 나왔다. 사고 직후 의식이 있었던 김씨는 "물을 달라", "가슴이 아프다"고도 말했다.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을 통해 김씨의 잠정 사인은 '다발성 장기손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검결과를 토대로 보면 김씨가 이미 늑골 수대와 양팔 등이 골절되는 위독한 상태였음에도 회사 출근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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