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의 서거가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Pivot to Asia)'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13일(현지시간) 일제히 푸미폰 국왕의 서거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구심점 역할을 했던 푸미폰 국왕과의 관계를 추억하고 있다.
푸미폰 국왕은 미국에서 태어난 세계 유일의 국왕이다. 푸미폰 국왕이 탄생한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는 그의 이름을 딴 작은 광장이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왕의 서거를 애도하면서 "이 광장이 푸미폰 국왕과 미국인들과의 특별한 관계를 영원히 기리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미폰 국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던 동남아시아에서 태국이 미국과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을 하며 안보협력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태국은 베트남전 당시 미군기지를 제공하고 미국의 군사원조를 받으며 미국의 반공 군사 체제 설립을 도왔다.
푸미폰 국왕은 지난 1960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시작으로 지난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총 6명의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다. 그가 1960년 미국 방문시 파라마운트 스튜디오를 찾아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던 엘비스 프레슬리와 나란히 프레슬리의 주연 영화 '지아이 블루'를 관람했던 것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당시 푸미폰 국왕이 미국의 전설적 재즈 연주가 베니 굿맨과 섹스폰을 연주하던 모습과 오픈카를 타고 뉴욕시내를 행진했던 모습 역시 미국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푸미폰 국왕은 지난 2012년 자신이 입원한 병원을 찾았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과거 미국 대통령들과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며 추억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외신들은 푸미폰 국왕의 장남이자 왕의 계승 1순위인 왕치라롱껀(64) 왕세자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중국의 부상과 필리핀 정부의 반미행보 등으로 동남아 정세가 어지러운 상황에서 태국 마저 미국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AP통신은 지난 2014년 군부 쿠데타로 방콕과 워싱턴과 관계가 서먹해진 것을 언급하며 국왕 사후 태국의 민정이양 절차가 늦춰지면서 양국 외교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책연구기관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머레이 히버트 부소장은 "오바마 정권이 2011년 아시아 중시 전략을 발표했을 때 태국의 지지를 받았고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아키노 정권 역시 우호적이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중국의 역내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정권마저 교체되는 만큼 과거와 같은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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