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탓하는 감독, 오래 못가던데…

슈틸리케, 이란전 패배 후 "이렇게 뛰면 월드컵 본선 어렵다" 유체이탈화법 구사…다음달 우즈벡전 못이기면 탈락위기

슈틸리케 감독[사진=김현민 기자]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62)이 부임 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인터뷰가 논란을 키웠다.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한 이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리그 네 번째 경기에서 0-1로 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의 어떤 감독이 와도 이란을 이기지 못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유소년 단계에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팀에는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33ㆍ레크위야SC) 같은 공격수가 없다. 이렇게 뛰면 월드컵 본선행은 상당히 어렵다"고 했다.

이란으로 출국할 때부터 부정적인 기색을 보였다. 그는 지난 7일 인천공항에서 "우리는 이란에 가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리그 세 번째 경기에서 카타르를 3-2로 이겼지만 경기내용에 우려와 비난이 많은 것에 유감을 표했다.

선수들과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손흥민(24ㆍ토트넘 핫스퍼)은 슈틸리케 감독의 인터뷰를 전해 듣고 낙담했다. "다른 나라 선수(소리아)를 언급하면서까지 우리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하면서도 "손흥민은 실력은 좋지만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불손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흥민은 "내가 잘못한 부분은 받아들이고 고쳐야 된다"고 했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패배로 또 한 번 한계를 드러냈다. 대표팀은 4-1-4-1 전형을 세웠다. 지동원(25ㆍ아우크스부르크)을 최전방 공격수로 세우고 2선에 손흥민(24ㆍ토트넘 핫스퍼), 기성용(27ㆍ스완지시티), 김보경(27ㆍ전북 현대), 이청용(28ㆍ크리스탈팰리스)을 배치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한국영(26ㆍ알 가라파SC)이 맡았다. 포백(4-back) 수비는 왼쪽부터 오재석(26ㆍ감바 오사카), 곽태휘(35ㆍFC서울), 김기희(27ㆍ상하이 선화), 장현수(25ㆍ광저우 R&F FC)가 자리했고 골문은 김승규(26ㆍ빗셀 고베)가 지켰다. 전반 24분에 이란 일선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21ㆍFK로스토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아즈문은 오른쪽에서 날아온 패스를 왼발로 차 넣었다.

한국은 반격에 나섰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번번이 수비벽에 막혔다. 후반 시작과 함께 한국영 대신 홍철(26ㆍ수원 삼성)을 투입하고 김신욱(28ㆍ전북 현대), 구자철(27ㆍ아우크스부르크)을 차례로 내보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슈팅은 고작 세 개. 이란은 그보다 네 배 많은 열두 개였다.

한국은 A조 3위(2승1무1패 승점7)로 떨어졌다. 우즈베키스탄이 같은 날 타슈켄트 부뇨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중국을 2-0으로 이겨 2위(3승1패 승점9)에 올랐다. 1위는 이란(3승1무 승점10)이다.

한국은 다음달 11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캐나다와 평가전을 한 후 15일 안방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리그 다섯 번째 경기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 가는 조건으로 승점 22와 홈 전승을 언급했다. 최종예선까지 남은 일정은 여섯 경기. 우즈베키스탄에 지면 목표 달성은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