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폭발 이슈에 휩싸인 갤럭시노트7의 판매중단으로 아이폰7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무혈입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혁신보다는 성능 상승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이폰7시리즈가 경쟁자가 사라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예상이다. 아이폰7 시리즈는 애플의 강점이었던 디자인에서 좋지 않은 평을 받고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인 '에어팟', 사라진 이어폰잭 등은 오히려 소비자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7이 등장에 앞서 갤럭시노트7 출시 일정을 앞당겼다. 첫 공개행사는 지난해보다 11일 이른 지난 8월2일이었다. 통상 9월 초 아이폰 신제품을 공개하는 애플보다 1달 먼저 공개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결과적으로 아이폰7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무혈입성하게 도와준 셈이 됐다. 조급한 출시일정 때문에 제품 자체의 결함이 생겨 잇달아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배터리에 문제가 있다며 지난달 2일 출하된 모든 제품을 리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리콜 제품에서도 폭발 사고가 발생하며 최근 미국 4대 이동통신사(버라이즌, T모바일, AT&T, 스프린트)마저 갤럭시노트7 판매를 중단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에서도 조사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결국 11일 갤럭시노트7의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이로써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 아이폰7 시리즈의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7일 출시한 LG전자의 V20은 아직 매니아층에게만 인기가 있는 편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P9, 샤오미의 미(Mi)5 등 중국 업체들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가격대 성능비를 무기로 한 중저가 제품이 주력이다.
지난 4일 공개된 구글 픽셀 시리즈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표방하며 등장했지만 아직까지는 단순히 성능을 높인 스마트폰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이다. 구글의 모든 소프트웨어(SW) 기술을 가장 먼저 적용 받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방수 기능도 없고 혁신이라 불릴 만한 대표 기능이 없어 시대를 선도해나가는 프리미엄폰의 자리를 넘보기엔 부족하다는 분위기다.
또한 픽셀 시리즈는 구글이 완전히 처음부터 개발한 첫 스마트폰이라는 점도 불안 요소다. 픽셀의 제조사인 대만의 HTC사는 개발 단계에는 참여하지 않고 단순 조립 및 하청 생산만 담당했다. 과거 넥서스 시리즈 당시 HTC, LG 등 제조사들이 개발에 주력했고 구글은 살짝 발만 담그는 수준으로 참여했다. 이제는 구글이 직접 재고관리, 운송, 부품구매, 공급망 관리, 판매까지 떠맡아야 한다. 고정비 부담이 클 뿐더러 서비스와 광고,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던 구글이 제조 및 판매 사업에서 얼마나 능숙하게 대처하는지도 관건이다.
애플은 이미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제품 아이폰7과 아이폰7플러스를 예상보다 약 1주일 빠른 오는 21일에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에 국내 1호 '애플스토어'도 세울 계획으로 알려졌다. 애플스토어는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의 공식 애프터서비스(A/S)를 맡는 동시에 신제품의 1차 출시국을 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지금까지 중국(36개), 홍콩(6개)과 일본(7개)에 애플스토어가 들어섰다. 이와 함께 간편 결제서비스 '애플페이'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삼성을 향한 대대적인 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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