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불공평하죠? 부모 잘 만나서 호의호식하는 사람들 보면 왜 나만 이렇게 고생인가 싶고, 뉴스를 보면 세상은 온갖 문제투성이 같습니다. 삶이 팍팍해지다 보니 세대간, 성별간 갈등도 심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불평과 근심을 달고 삽니다. 제가 인터넷으로 본격 고민타파 방송 ‘언니TV’를 진행한 지 1년쯤 되었는데요. 진로, 취업, 연애, 인간관계 등 고민의 종류는 달라도 근원적으로는 ‘사는 게 내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고민이 가장 많아요.
들어가고 싶은 대학/직장에 못 들어가서, 합격하고 싶었던 시험에 불합격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우리 가족이 화목하고 유복했으면 좋겠는데 가난하고 불화가 끊이지 않아서, 매력적인 인기남/녀가 되고 싶은데 인기는 커녕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그들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이 상황을 ‘실패’라고 부르고 자신을 ‘실패자’라고 부릅니다.
그들이 부르는 그것이 실패라면요, 미안하지만 그들은 앞으로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할 거예요. 웬 악담이냐구요? 아니요, 그게 사실입니다. 원하는 학교, 회사에 들어가고, 원하는 만큼의 부를 얻고 모두가 나를 좋아하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니요, 그건 노력해도 쉽게 돌아오지 않는 감사한 결과입니다. 일종의 행운이지요. 긴 인생에 걸쳐 봤을 때 평생 실패하지 않고 고통받지 않고 원하는 모든 일이 쉽게 척척 이루어지는 사람 본 적 있나요?
물론 세상 사는 거 쉽지 않죠. 오죽하면 불교에서 인생을 ‘고’ (苦)라고 했을까요. 나는 분명히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갑작스러운 해고, 질병, 사고 등으로 불행의 먹구름이 드리우기도 하고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상실감에 몸부림치기도 합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일에 오해와 오해가 겹치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어그러지며 돈과 사람을 잃기도 해요. 온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했는데 이를 알아주기는커녕 배신을 당해 상처를 받기도 해요.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말이죠. 어쩌면 그 많은 고통들은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공평하리라는 착각, 모든 게 내뜻대로 흘러가리라는 착각, 남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리라는 착각, 나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원히 건강하게 살 거라는 착각. 그 착각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면 이것들이 일종의 마음감옥이 되어 나를 가두는 것입니다. “왜 나만 이렇게 아프지?” “왜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지?”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지?” 라는 생각들로 내 마음만 괴로워지죠.
불행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당연히’ 이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고 인생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그럴수도 있다'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지금은 건강하지만 아플 때도 있고, 나만큼이나 부모님도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고, 이 세상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보세요. 몸이 아프면 아픈 대로 건강관리에 힘쓰고, 돈이 없어 힘들다면 열심히 돈을 벌고,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가 많다면 적어도 내 자식은 잘 키울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치유하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더 정성을 쏟으면 되겠지요. 즉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때 나는 마음감옥을 없애고 내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해서 감사하다’라는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부모님이 날 낳아주시고 잘 키워주셔서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 있고, 많은 분들 덕분에 교육도 받고 할 일도 갖게 되었고,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무엇보다 내가 나라서, 너무나 감사하지 않은가요? 결국 ‘나’와 ‘세상’은 그대로인데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우리는 불행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방법, 어렵지 않지요?
고대 그리스 로마의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이미 2000년 전에 ‘문제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우리의 해석이다’라는 진리를 설파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지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할 수 있는 일은 제 마음을 바꾸는 일이요, 할 수 없는 일은 남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요,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김수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