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인의 인스턴트 라면 사랑이 식고 있다. 간단한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즐겨 먹던 라면의 판매량이 수년째 내리막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 흐름 속에 노동 인구의 절대 수가 줄고 있는 데다 남아 있는 소비층마저 건강을 염려한 양질의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 토종 기업 캉스푸((康師傅)를 일례로 들었다. 캉스푸는 중국 인스턴트 라면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전체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캉스푸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696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9700만달러)에 비해 64.75% 감소했다.
특히 2분기 순이익 감소폭은 87%에 달해 최근 10년래 최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중국의 최대 라면 제조 기업이 실적 부진 탓에 항셍지수를 구성하는 50개 종목에서도 이달 초 제외됐다고 전했다.
캉스푸 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인스턴트 라면시장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중국 내 인스턴트 라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75% 줄어, 4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인구 구조의 변화가 꼽혔다. 중국의 인스턴트 라면 산업은 지방 도시에서 도심으로 이주한 저임금 노동자 삶의 패턴과 함께 발전해 왔는데 이들의 절대적인 수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의 노동 가능 인구는 2010년부터 꾸준히 감소했으며 이주 노동자 수는 지난해 30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중국의 경기가 나빠지면서 중산층 이하의 블루칼라 소비자들이 인스턴트 라면이나 맥주 등 저가 소비재를 사먹지 않는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산층 이상의 경우 웰빙 바람을 타고 '비싸지만 몸에 해롭지 않은 것'을 찾는 소비 경향이 짙어졌다. 25센트짜리 컵라면 하나는 더 이상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중국에서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불량 음식 파동은 건강 이슈에 민감해진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불신을 낳았다.
인스턴트 라면의 주력 소비층인 젊은 소비자 입맛이 한국이나 일본 기업과 맞아떨어지는 점은 특히 중국 로컬 기업이 부진한 배경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식품 안전에 대한 명성이 높은 한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 기업은 여전히 수요가 많은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 신흥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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