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읽는 기자] 정치 걷어차고, 오버하는 여당? … 뉴스의 '프레임' 전쟁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오늘 아침(9월27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이정현 새누리당대표가 단식농성을 벌이는 상황을, 정색을 하고 1면에 다뤘습니다. 야당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한 것과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그가 물러날 때까지 단식하며 농성을 벌이겠다고 선언했죠.여당 대표가 단식농성하는 상황도 희귀하지만, 야당이 쓰던 장외투쟁을 대표가 나서서 벌이는 일도 보기 드문 일이죠. 두 신문은, 이대표의 사진을 크게 쓰고 있네요. 한겨레는 가부좌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진을 썼고, 경향은 초점 없는 눈빛으로 앉은 정면 모습을 썼습니다. 사진만 보면, 경향은 '국회파행의 출구를 막는' 모습처럼 느껴지고, 한겨레는 뭔가 일을 저지르고 뉘우치는 듯한 인상을 풍깁니다.
한겨레는 '정치 걷어찬 집권여당 대표의 단식 농성'이란 1면 헤드라인으로 눈을 붙잡았고, 그 아래에 '딸 지도교수까지 갈아치운 최순실의 힘'이라는 박스로,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을 추가해놓았습니다. 3면 해설에는 이정현대표를 비롯한 여당의 국감 거부 사태가 '미르와 K스포츠 의혹을 덮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야당의 의혹 제기를 올렸습니다. 최순실의 딸 이야기는 5면 전체를 털어 정리를 해놓았습니다. 이 신문은 며칠간 꾸준히 최순실과 미르재단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청와대에 칼날을 겨눠 왔습니다.
경향신문은 국감 파행 상황 속에서 이정현 대표가 출구를 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헤드라인은 문맥이 조금 어색해보입니다. (국감 파행 출구 막는 집권당 대표) 3면에는 국정책임 내팽개치고 정치혐오 부추기는 '아스팔트 여당'이란, 작심 비판을 담았습니다. 4면에는 김재수 장관이 투명인간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5면에는 미르재단 기업 갹출에 관한 정황을 보도하고 있네요. 두 신문 모두,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계속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한국일보와 동아일보가 이정현대표 관련 뉴스를 다룬 것을 한번 볼까요? 두 신문은 모두 여당과 야당을 병치시킨 뒤 양비론을 펼치는 게 특징입니다. 한국일보는 '오버하는 여, 오기부리는 야...정치가 없다'로 비판하고 있고, 동아일보는 '거야 단독국감 강행/여대표는 단식 농성'이라고 양쪽을 매조지고 있네요. 이렇게 비판하는 것은, 사실상 비판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양쪽이 다 잘못이 있다는 지적은, 우리 정치 전반에 대한 개탄만을 부르기 때문이죠. 잘잘못의 크기와 질을 가리는 일이 언론이 해야할 일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양쪽을 동일한 잣대로 놓고 싸잡아 조짐으로써, '비판'의 균형을 맞췄다고 자위하기도 합니다. 이같은 비판은, 이정현 대표의 행동에 대한 '눈길'을 흐트러뜨리는 효과도 있습니다.
갈등하는 정치의 양쪽을 다룰 때, 어떤 프레임에 뉴스를 넣느냐는 점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 프레임을 그리는 방식에 따라, 비판의 각도도 달라지고 문제의 의미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정현대표의 단식농성을, 여야 갈등의 프레임 속에 넣는 것과, 단독 프레임으로 처리하는 것은, 바로 신문의 관점과 생각을 담는 전략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뉴스프레임은, 어떤 뉴스를 부각시키기도 하고 어떤 뉴스를 배제하거나 소외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이 지금껏 언론 권력을 구성해온, 상당히 자의적인 잣대의 비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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