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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의 정치학…'극단·대립 정치' 산물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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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의 정치학…'극단·대립 정치' 산물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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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정치사에서 '단식(斷食)'은 의사를 관철키 위한 최후의 수단 혹은 비폭력 투쟁으로 인식돼왔다. 다만 최근 정치권의 단식은 그 취지가 변질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극단적 대립의 산물이란 비판도 거세다.


27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사과를 요구하며 이틀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단식을 감행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대표는 한 치의 물러설 낌새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정 의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엔 기자들과 만나 "과거엔 이렇게 하는 것을 쇼로 봤지만 이정현이 하는 건 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며칠 정해놓고 장난 식으로 하는 거였으면 (단식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야당에선 이 대표가 퇴로를 막아버렸다며 반발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 파행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이틀연속 '반쪽'으로 진행됐다. 두 야당의 원내지도부는 대화와 타협의 여지 자체가 실종된 것을 걱정하고 나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래 여야 간 원내의 극한 대치가 벌어지면 당 대표들이 나서서 교착 상태를 풀었던 전례가 있다"며 "집권당 대표께서 단식 농성을 하는 바람에 같이 머리를 맞대고 상황을 풀 수 있는 대화 채널이 다 끊긴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 대표가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고 하면서 이 불안한 정국에 휘발유를 퍼 넣었다"고 일갈했다.

단식의 정치학…'극단·대립 정치' 산물될까


단식의 정치학…'극단·대립 정치' 산물될까


앞서 단식은 국적과 시간을 넘어 정치사에 종종 등장했다. 보통 정치적 저항으로서의 단식은 극한상황에 처해 있을 때 나타났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영국의 식민지배에 저항하기 위해 18회나 단식투쟁을 했다. 남아프리카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감옥 안에서 죄수들의 인권투쟁을 위해 단식을 진행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1983년 신군부가 정치활동을 금지시키고 가택 감금을 한 것에 저항해 23일 간 단식 투쟁을 했다. 이는 가택연금 해제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또 1987년 직선제 개헌으로 이어지는 데까지 기여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평민당 총재였던 1990년 여권이 추진하는 내각제 반대, 지방자치제 실시를 내걸고 13일 간 단식 농성을 했다. 이를 기폭제로 지방자치제가 도입됐다.


통상 정치적 행위로서의 단식은 관철시키고자 하는 현안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한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뤄내겠다는 의지인 까닭이다. 때문에 앞선 단식의 경험들로 몇몇 정치인은 정치 거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키도 했다. 교착상태에 대한 돌파력과 정치력 등을 인정받는 식이다.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다만, 단식은 때론 양날의 검이다. 다수의 대중은 이를 일종의 정치적 이벤트로 보기도 한다. 근본적으론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실제 23일 단식 경험자인 YS는 2003년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비리에 대한 특검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하자, "좀 지나면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며 "굶으면 죽는 것이 확실하다"고 직설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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