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찍으면 1~2등급 가능"…아랍어 가르치는 고교 5곳 불과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오는 11월17일 치러지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제2외국어 응시생 중 70%가 '아랍어Ⅰ'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랍어에 대한 관심이나 사회적 수요 때문에 응시생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 학생들이 지나치게 아랍어로 몰리고 있다는 게 입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중 제2외국어·한문 영역 지원자는 총 9만4359명으로, 이 가운데 69%인 6만5153명이 아랍어Ⅰ을 선택했다. 지난 2005학년도 수능에서 아랍어가 첫 선택과목으로 채택된 뒤 가장 많은 응시생 수다.
2015학년도 아랍어 응시생 수는 1만6800명, 2016학년도에는 4만6822명이었다.
제2외국어 응시생 가운데 아랍어를 택한 비율은 지난해 51.6%에서 17.4%포인트 늘어난 반면 베트남어의 경우 지난해 18.4%에서 올해는 5.5%(5193명)로 12.9%포인트 급감했다.
제2외국어로 아랍어를 선택한 학생이 많아진 것은 중국어나 일본어 등에 비해 월등한 실력을 갖춘 학생이 적어 상대적으로 높은 등급을 받는 데 유리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과거 기출문제 등을 놓고 볼 때 아랍어는 매우 기본적인 단어를 고르는 문제나 제시된 그림만 보고도 답을 맞출 수 있는 사례 등이 종종 있었다는 게 수험생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상대평가의 특성상 응시인원이 많을수록 1등급을 받는 학생 수는 많아진다.
한 고3 학생은 "일본어나 중국어는 아무래도 외고 출신들이 유리하다 보니 나머지 학생들은 너도나도 '찍기'가 가능한 아랍어를 선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거나 공부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며 시험을 치르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선 학교 교사들의 지적이다. 현재 아랍어를 가르치는 고등학교 전국에 5곳에 불과하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학생들 상당수가 아예 공부도 하지 않고 아랍어 시험을 보고 있는 실정"이라며 "제2외국어 시험이 수능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쏠림 현상을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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