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시장 점검에 나섰다. 지난달 유럽 시장을 방문한 지 불과 한달여만이다. 미국은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에서 중국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5일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미국 자동차 시장 현황과 판매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출국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LA에 위치한 미국판매법인 업무보고 석상에서 현지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며 선전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격려할 방침이다.
미국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로 단일국가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주요 시장이다. 특히 상반기 고성장을 보이던 유럽 자동차 시장이 하반기부터 정체로 전환되고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지속성장의 열쇠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 회장은 "글로벌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의 성과는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 변화"라며 "혁신, 고객, 품질로 시장을 앞서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 확대 유지를 위해 ▲고급차 ▲친환경차 ▲SUV 시장에서의 역량 강화를 주문할 계획이다. 미국 고급차 시장에 선보이는 제네시스 G80와 G90의 성공적 안착은 물론, 친환경차 및 SUV 수요 변화에 능동적 대응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복안에서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해야 한다"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은 우리가 새롭게 도전할 또 하나의 과제"라고 말했다.
실제 제네시스는 1세대가 2008년 미국에 첫 선을 보인 이래 고급차 시장에서 꾸준히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제네시스는 2010년 미국서 1만6448대가 판매돼 중형 럭셔리 시장에서 6.0%를 차지하는데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2만4917대가 판매되면서 출시 후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10%를 넘겼다. 올해는 8월까지 1만8578대가 판매돼 역대 최대 점유율인 13.8%를 달성했다. 지난 8월 제네시스 브랜드로 새로 태어난 G80와 9월부터 제네시스 브랜드 최상위 모델인 G90가 판매 라인업에 가세하면서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선다.
앞서 정 회장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중요 변곡점마다 과감한 승부수로 시장 변화를 주도해 왔다. 현대차는 1998년 미국 판매가 9만대까지 떨어지자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1999년 '10년·10만 마일'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미국 판매의 돌파구를 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며 자동차 메이커들이 마케팅을 줄인 2009년에도 현대차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란 혁신적 마케팅으로 불황을 극복한 바 있다.
한편 정 회장은 미국 시장 점검을 마친 뒤 멕시코 누에보 네온 주로 이동해 7일 예정된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식 행사를 주관한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2014년 10월 착공에 들어가 1년 7개월여 만인 올해 5월 양산을 시작했다. 멕시코 공장은 관세율이 높은 남미지역 공략에 유리할 뿐 아니라 북미자유무역협정에 가입돼 있어 북미시장 진출에도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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