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미국 대선의 풍향이 9월로 접어들면서 바뀌고 있다. 민주ㆍ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 지명 전당대회 직후 대선 레이스의 풍향계는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 쪽으로 급격히 돌아갔다. 그러나 최근 균형추가 다시 중심을 잡는 기류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
8월 중순까지 순풍을 탔던 클린턴은 이후 좀처럼 정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무장관 시절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 재단 문제에 다시 발목을 잡혔다.
이메일 스캔들을 둘러싼 논란을 속 시원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던 클린턴 후보는 지난 2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대면 조사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클린턴은 FBI의 조사과정에서 무려 39번이나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2012년 말 뇌진탕 이후 받은 모든 보고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언급도 나온다.
이메일 불법 운용의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의 답변으로 보이지만 클린턴 후보는 '거짓말쟁이 논란'과 '뇌진탕 이후 건상 이상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꼴이 됐다.
이메일 내용 공개 과정에선 클린턴 재단 관계자가 해외의 기부자들을 위해 국무부를 상대로 각종 청탁과 로비를 벌인 정황들도 속속 드러나면서 클린턴 후보의 비호감도는 역대 최고로 치솟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클린턴 후보의 모습은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상태다. 자신에 불리한 악재들에 대해 속 시원한 답변을 못할 바에야 아예 잠시 피해있겠다는 전략이다.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은 이를 두고 클린턴이 270일 이상 공개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면서 "지지율 급락을 자초한 트럼프를 상대로 시간 끌기 전략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NYT)도 4일(현지시간) '그 동안 클린턴은 어디 있었나? 갑부들에게 물어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클린턴이 최근 2주 동안 부자들을 상대로 22번의 비공개 모금행사를 갖고 총 5000만달러를 모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변에서 '대선 포기론'까지 거론됐던 트럼프는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달에는 19일 루이지애나주 수해 현장을 전격 방문하면서 "대선 후보다운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지난 주에는 멕시코까지 날아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면담했고 디트로이트의 흑인교회도 찾았다.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히스패닉계와 흑인 유권자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행보다.
이처럼 클린턴과 트럼프 후보가 상반된 행보를 보이면서 지지율에도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말 발표된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42%와 40%로 나왔다. 3주전엔 7%포인트 차이였다가 2%포인트로 줄어든 상황이다.
워싱턴 정가와 언론은 9월 초순에 나올 여론조사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가 추격에 성공할 경우 대선 레이스는 다시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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