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육·해·공 수송왕국의 꿈도 꺾이고 말았다.
지난해 말 양대 국적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설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조양호 회장은 "해운업은 국가 전략산업"이라면서 독자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유동성 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한진해운은 조 회장의 선친인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1977년 수송보국을 이념으로 세운 회사다. 해운의 미래가 컨테이너의 발전과 연결될 것을 직감한 그는 국가의 무역항로를 연다는 사명감으로 바닷길을 개척해갔고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역사를 함께 해왔다.
1988년 대한선주를 인수한 뒤 30년에 걸쳐 사세를 키웠고, 전 세계 90여개 항만을 연결하며 연간 1억톤 이상의 화물을 수송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한진해운은 100여척의 컨테이너선과 11개의 터미널, 23개의 해외현지법인, 100여개의 영업지점 네트워크를 확보하며 순항했다.
2002년 조중훈 회장이 별세하고 한진그룹이 넷으로 나뉘면서 한진해운은 3남인 고(故) 조수호 회장이 맡았다.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지병으로 별세하자 그의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해왔지만 지속된 불황과 극심한 유동성 위기로 비극이 이어졌다.
2009년부터 8년째 이어진 불황으로 해운산업은 전례없는 불황에 허덕였다. 2008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한진해운는 2009년 적자로 돌아섰고, 그렇게 8년을 버티며 부채는 쌓여갔다. 한진해운의 부채는 올 상반기 기준 6조803억원까지 불어났다.
조 회장은 선친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해 무보수의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역부족이었고 수송왕국이라는 그의 꿈도 결국 꺾이고 말았다.
한진그룹은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 불가 결정을 내린 30일 입장자료를 내고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며 해외 채권자와 선주사들의 협조까지 힘들게 이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지원 불가 결정이 내려져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종료시점은 다음달 4일 이전에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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