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여야의 힘겨루기로 22일 통과시키기로 했던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향후 일정에 몰려있다. 여야는 25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목표로 다시 협상에 임한다는 방침이지만, 여당은 추경안은 본예산에 포함시키는 '플랜B'도 염두에 두고 있어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당초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한 자리에서 22일 본회의에서 추경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야가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 회의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로 대립하면서 추경 심사도 지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선 추경, 후 청문회'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은 전 경제부총리였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을 반드시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본회의에서의 추경안 처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추경안 처리를 전제로 한 기획재정위원회(23∼24일), 정무위원회(24∼25일) 청문회 개최 합의도 물거품이 됐다.
여야가 이처럼 한 치 양보 없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오는 31일 종료되는 8월 임시국회가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극적인 합의도 전망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과 국정감사 일정이 포함된 정기국회를 앞둔 상황이고 경기회복이 시급한 만큼 여야 모두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25일께 본회의를 다시 소집하는 조건으로, 여야가 재협상에 나서리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추경안 처리의 최대 걸림돌인 증인채택에서 서로 한 발짝 물러서 양보한 뒤 25일 또는 이달 말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25일 본회의 추경 처리와 기재위ㆍ정무위 연석회의 청문회 개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21일 기자들과 만나 "추석 연휴(9월 14∼16일) 전에 지자체 등에서 예산이 집행되려면 25일 본회의에서 다시 한 번 추경을 시도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안은 정부와 여당이 추경안을 내년도 본예산에 포함시키는 '플랜B'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이다. 당정청은 25일 정책 협의회를 연다. 이자리에서는 22일 처리가 무산된 추경안의 처리방안에 대해서도 긴밀하게 협의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이번 2차 협의회 개최 자체가 야권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수석부대표는 '플랜B'에 대해 "(우리 당이) 추경이 안 될 것을 예상하고 플랜B를 만든 게 아니라 추경은 아시다시피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야당이 극구 추경에 협조할 의향이 없다고 하면 빨리 (철회)선언을 해달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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