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칼럼]아파트 내력벽 철거의 조건

시계아이콘01분 34초 소요

[데스크칼럼]아파트 내력벽 철거의 조건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AD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내력벽 일부를 없애도 될까. 최근 정부의 정책 전환을 두고 이런 질문이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 1월 리모델링하는 공동주택의 내력벽 최대 20%를 철거할 수 있게 허용하는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런데 의견수렴을 해온 정부는 최근 이런 방침을 백지화했다. 추가 시험 등을 통해 안전성 입증부터 철저하게 한 후에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당초 방침을 철회한 것은 이례적이다. 입법예고를 하기 전에도 적지 않은 이론적 검토와 시뮬레이션 등을 거쳤기 때문이다. 정책 담당자로서는 '갈지자' 정책 행보라는 비판을 받으며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마저 있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절대 명제 앞에서 본다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력벽은 건축물을 지탱하는 기둥에 해당된다. 거의 대부분의 아파트는 벽이 기둥 역할을 하는 '벽식 콘크리트 구조'다. 따라서 내력벽을 일부라도 허물어내는 것은 구조체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행위다.

사실, 이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건 안전성 확보 여부다. 일부일지라도 내력벽이 철거되면 건물의 안전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30여년 건축시공업무와 연구에 종사한 전문가는 "상업용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아파트도 벽을 허물고 충분히 보완하면 괜찮다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했다. 벽식 구조의 아파트와 기둥식 구조의 상업용 건물은 기본 조건부터 다르다는 점에서다. 내력벽 철거를 감안한 아파트로 계획되거나 시공되지 않았고, 노후 아파트의 구조설계도가 남아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점도 들었다.


정부가 내력벽 철거 허용방침을 철회하자 업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책이 일관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정부의 방침 선회로 인해 리모델링 사업들이 중단되면서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목소리다. 리모델링을 추진해온 입장에서는 예정됐던 인센티브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억울한 심정이 들 수 있다.


내력벽 일부를 철거하는 문제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데 중요한 변수다. 리모델링은 골조를 그대로 둔 채 노후설비를 교체하고 공간형태를 변경·확장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공간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 옆집과 내력벽으로 구분돼 옆으로는 확장하지 못하고 앞뒤로만 공간을 넓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형적 실내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좌우측으로 넓힐 수 있다면 3베이 아파트를 4베이 등으로 다양한 실내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업계는 현재의 기술력으로 보수ㆍ보강하면 내력벽 일부 철거에 따른 안전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리모델링이 골조 콘크리트를 재활용하면서 입주민의 생활편의를 높일 수 있는 대안이자, 재정착 비율이 높아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조성할 방안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건물 구조의 안전과 관련된 이슈라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규제 철폐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안전에 관해서는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이 옳다. 많은 사람들이 기거하는 건축물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우리 사회는 1970년대 와우아파트 붕괴나 1990년대 삼풍백화점 붕괴 등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를 경험해 왔다. 더욱이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한 규제는 많이 완화됐다. 수직증축 허용 조치는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지하층을 만들고 3개 층까지 더 얹을 수 있으며, 최대 15%까지 주택 수를 늘려 일반분양도 가능해졌다. 수직증축 리모델링부터 정착시키며 안전성을 입증받는 것이 급선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