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양궁 단체전 올림픽 8연패, 결승서 러시아 5-1로 제압
정상 비결 묻는 외신기자들 "담력 키우려 뱀 풀고 훈련하나"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한국 양궁의 적수는 없었다.
기보배(28·광주시청)-장혜진(29·LH)-최미선(20·광주여대)이 호흡을 맞춘 여자 양궁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를 세트점수 5-1(58-49 55-51 51-51)로 꺾고 우승했다.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대회 이후 한 차례도 정상을 내주지 않고 8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압도적인 실력에 해외 취재진은 혀를 내두르며 우리 선수들이 줄곧 정상을 지키는 비결을 궁금해 했다. 호주의 한 외신 기자는 "한국 양궁 선수들이 담력을 키우기 위해 손에 뱀을 묶고 훈련한다는 소문이 사실이냐"고 묻기도 했다. 기보배는 "야구장에서 소음에 대비하는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상황에 맞는 대응 훈련을 한다"고 했다. 장혜진은 "바람이 초속 3m로 불면 과녁 중앙에서 3점 이상 점수가 벌어질 수 있다. 반복 훈련을 통해 이를 정교하게 조준하는 방법을 체득한다"고 했다. 초등학교부터 다져진 탄탄한 기본기도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라고 했다.
양궁은 등록 선수가 1500여명에 불과하지만 대표급 선수들의 기량이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피 말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여섯 차례나 하면서 정예 멤버를 골라 올림픽에 나간다. '대표선수 되기가 올림픽 메달 따기보다 어렵다'고 할 정도다. 선수들은 국가대표가 되어도 끊임없이 시위를 당긴다. 7일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김우진(24·청주시청)이 기자회견에서 "적게는 하루 400발, 많으면 600발씩 쏜다"고 하자 외국 취재진이 술렁였다.
혹독한 경쟁과 훈련이 전부는 아니다. 과학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 대한양궁협회는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회장사인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국스포츠개발원과 협업해 '리우올림픽 전관왕 달성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장비 ▲스포츠 심리훈련 ▲뇌파 훈련 ▲시뮬레이션 ▲올림픽 현장 선수단 지원 등 다섯 가지 연구개발 과제가 핵심이다.
현대자동차는 개개인에 맞는 손잡이를 제작하거나 활에 미세한 흠을 잡아내는 비파괴 검사 기술을 도입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은 시뮬레이션을 통한 훈련과 정신과 전문의를 통한 심리상담을 도왔다. 대한양궁협회와 태릉선수촌에서는 실제 올림픽 경기장과 비슷한 장비와 환경을 제공해 선수들의 적응력을 키웠다. 기본기와 기술, 정신력으로 무장한 대표 선수들에게 리우의 불규칙적인 바람과 시차 등 우려했던 문제들은 변수가 되지 않았다. 단체전에서는 선수 한 명이 실수를 해도 다음 '사수(射手)'가 고득점으로 이를 만회하는 팀워크를 발휘했다. 일본 여자 대표팀을 지휘하는 김청태(36) 감독은 8강에서 한국에 져 탈락한 뒤 "운이 따라주길 바랐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고 했다.
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46)을 중심으로 한 든든한 지원도 한 몫했다. 현대차는 1985~1997년까지 협회장을 지낸 정몽구 회장(78) 시절을 포함해 그동안 양궁 발전 기금으로 400억 원 가까이 지원했다. 기보배는 "많은 임원과 지도자가 피나는 노력을 해 일군 성과"라고 했다. 도전은 진행형이다. 남자부는 8일, 여자부는 9일 개인전을 시작한다. 대표팀은 전관왕을 넘어 개인전 시상대를 세 명이 모두 채운다는 각오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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