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7·10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일 중폭의 개각을 단행했다. 각료 19명 중 10명을 새 인물로 바꾼 이번 개각에서 재무상, 관방장관, 경제재생담당상, 외무상 등 내각의 중추 각료들이 유임됐고 측근들을 발탁해 내각의 결속을 강화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방위상)와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경제산업상)를 각료로 발탁하고, '오랜 동지'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후생노동상,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1억 총활약 담당상 등을 유임시켰다.
아베 총리는 강경 우익 성향이 자신과 비슷한 이나다를 '첫 여성 총리감'으로 추켜세우며 행정개혁담당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이미 맡긴 바 있다. 그런 터에 이번 개각에서 중요 각료인 방위상에 이나다를 기용한 것은 그에게 '총리 수업'을 시키면서 대중 인지도 상승을 도와주려는 의중이 내포된 듯 보인다.
다만 일본 정가에서 이나다를 아베의 후임 총리로 꼽는 이들이 거의 없는 만큼 아직 총리감이 아닌 이나다에게 총리 수업을 시키는 것은 역으로 말하면 아베 총리가 자민당 당칙상 정해진 임기(내후년 9월)만 마치고 물러날 생각이 크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동시에 아베는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는 중량급 인사 2명을 내각에 묶어두거나 당 간부직을 맡기지 않음으로써 독자적인 세력 확대를 견제했다. '포스트 아베' 유력후보로 꼽혀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을 유임시킨 것과 아베호에서 자진 하차 하겠다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지방창생담당상에게 자민당 핵심 간부 자리를 주지 않은 것이다.
아베 총리의 당 총재 3연임을 지지해온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를 당의 인사와 자금 배분의 실무 책임자인 간사장(사무총장격)으로, 아베의 출신 파벌인 호소다(細田)파 회장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를 총무회장으로 각각 선임한 것은 총재3연임에 대한 당내 의견일치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 일본에서 총재를 재선까지만 할 수 있는 자민당 당칙에 의하면 작년 재선에 성공한 아베는 2018년 9월까지 총리 자리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칙을 고쳐 아베가 '총재 3선'을 한다면 아베는 중간에 정권 교체 등 변수가 없는 한 2021년 9월까지 총리를 하며 2020년 도쿄올림픽을 개최국 정상으로서 치르는 영광을 누리는 한편 숙원인 개헌을 추진할 시간을 벌게 된다.
일부 일본 언론은 니카이를 간사장으로 기용한 것은 그가 가진 공명당(연립여당) 수뇌부와의 두터운 파이프를 활용, 개헌에 미온적인 공명당의 (개헌 관련) 협조를이끌어 내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방위상과 문부과학상 인사에서는 아베의 '우익 색깔'이 진하게 묻어났다. 일본의 전범을 단죄한 극동군사재판을 검증하자고 하는 등 전쟁책임에 대해 수정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온 이나다를 방위상에, 군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하는 미국 신문 광고에 동참한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를 문부과학상(교육장관)에 각각 기용한 것은 향후 자위대의 태세 정비, 교과서 검정 등에서 '아베 컬러'가 강하게 반영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