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전자가 2분기 매출 50조9400억원, 영업이익 8조1400억원을 거두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부문의 선전과 TV, 생활가전 등 소비자가전 실적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어려운 시황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 역시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결과다. 그동안 다방면으로 추진해온 비용 절감, 경쟁력 강화 등의 체질개선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지난 2013년 60조원에 육박했던 매출이 수년간 하락해왔고 이제는 50조원 부근에서 정체를 겪고 있는 상황은 주목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안정적 수익 구조는 갖췄지만 규모의 성장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16%, 전성기인 2013년 3분기 육박=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16%에 달한다. 최근 수년간 국내 제조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6%에 머무는 점을 고려하면 2~3배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기록했던 2013년 3분기 영업이익률이 17%라는 점을 고려해도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같은 실적은 IT모바일(IM) 부문, 소비자가전(CE) 부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등 전 부문에 걸쳐 확보한 기술경쟁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갤럭시S7이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TV 시장에선 10년 연속 1위, 생활가전 시장에선 프리미엄 시장에서 점유율을 큰 폭으로 늘렸다.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돼 주요 제품 가격이 하락한 반도체 시장에선 20나노 D램, 3차원(3D) 낸드플래시 등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워 업계에서 유일하게 성장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선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몰레드(AM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했다. 과거 분기 영업이익 8조원을 기록했을 당시 스마트폰 실적에 기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 경영'이 제 역할을 한 셈이다.
하반기 실적도 기대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고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고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하고 있는 AMOLED가 시장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세트 부문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사드(고고도미사일체제) 배치 등으로 소비심리 위축이 예상되지만 성수기에 접어드는 만큼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활짝 웃지 못한 삼성전자, 매출 50조원 턱걸이= 매출이 정체된 것은 반갑지 않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014년 상반기 이후 50조원 아래로 매출이 줄어든 뒤 계속 50조원 부근에서 멈춰선 상황"이라며 "체력은 좋아졌지만 현 사업구조로는 더이상 성장은 어렵지 않겠냐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전성기로 불렸던 2013년 3분기 매출은 59조8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10조160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14년 1분기 매출이 53조6800억원까지 줄었고 2015년 1분기에는 47조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1분기(매출 49조7800억원)에 이어 2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영업 이익률 16%도 사업 구조조정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본사 인력은 약 2500여명 정도가 감소했다. 중국 지역에선 무려 1만1544명이 줄었다. 중남미는 3000여명, 유럽도 3100여명의 임직원이 줄어들었다. 사업면에서도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 대부분이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시장에서 철수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2분기 영업이익 8조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는 스스로의 실력을 입증했지만 성장성은 미지수"라며 "더 이상의 다운사이징이 어려운 만큼 신사업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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