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깊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6%로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우리보다 4배 많은 룩셈부르크(4.8%), 2배 많은 아일랜드(4.0%)보다도 낮았다.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성장 가능성인 잠재성장률도 10년 전 4~5%에서 2~3%로 떨어졌다. 일부 민간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0년경에는 1%대로 떨어진다는 전망이다.
기업, 나라 모두 빠르게 성장해 나가다 성장속도가 더뎌지는 과정을 밟는다. 이는 사람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과 같다. 그러나 기업과 나라의 성장경로가 사람과 다른 점은 영양분을 공급받을 경우 느려진 성장속도가 다시 빨라진다는 점이다. 기업과 나라를 쭉쭉 키워 나가는 영양분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이다. 혁신은 관성으로 무뎌진 감각을 벼리고, 노화로 닫힌 성장판을 다시 열어 기업 또는 나라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해법이다. 우리 경제가 때 이른 정체를 겪고 있는 이유는 바로 혁신의 부재이다.
혁신은 기술에 체화되거나 사람에 체화된다. 그런데 기술혁신도 결국은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혁신의 주체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기업이든 나라든 창의적 인재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혁신을 이끌 때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우리는 혁신의 역량과 주체를 청년 인재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역사적으로 보나 세계적으로 보나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혁신의 주체를 인구의 자연증가에 따른 신규 노동력의 유입에서 얻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에서 얻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과 달리 고도의 기술과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분야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활용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가까운 미래에 전문직 종사자의 근로조건이 미국, 유럽 수준만큼 향상돼 외국인 근로자를 유인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결국 창의적 사고를 가졌으나, 일자리를 얻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경제시스템에 어떻게 편입시켜 제대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젊은이들은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기업은 쓰고 싶어도 쓸 만한 젊은이가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은 인재를 앉아서 찾았지만, 앞으로는 나서서 키워야 한다. 기업은 자체의 혁신이 한계에 이를 경우 기업 바깥의 기술과 인력을 활용한다. 기술의 경우 역량 있는 스타트업(신생기업)에 투자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하게 한 후 인수 또는 합병을 거쳐 내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인력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에서는 대학과 연계해 우수한 학생을 발굴하고 기업 밀착형 프로그램 개설, 산업현장 실습, 장학금 지원 등 투자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으로 키운 후 채용한다. 이른바 산학협력 방식이다. 이는 실리콘밸리 기업의 성공 방정식이기도 하다. 우리 기업은 스타트업에는 어느 정도 투자하고 있으나, 아직 학생들에 대한 투자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산학협력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인식해야 한다.
청년 고용을 위한 우리 국민과 기업의 열망을 한데 모아 지난해 청년희망재단이 설립됐다. 우리 재단은 멘토링 서비스, 일대일 취업·진로 상담, 온리원기업 채용박람회, 청년글로벌보부상, 신생벤처기업-청년인재매칭사업, 희망채움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산학협력 플랫폼 구축을 통한 청년 고용에 많은 정성을 기울일 예정이다. 청년 고용은 청년 개인 또는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 경제성장이 가능하냐 하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다. 청년을 고용해 청년들에게는 희망을 주며, 국가경제에는 혁신과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 참으로 중요하다. 청년희망재단의 활동에 대해 앞으로도 뜨거운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기를 기대한다.
박희재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서울대학교 기계항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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