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자발적인 판매 중단에 나섰다. 판매정지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정부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딜러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영업사원들의 이탈과 중고차 시세 하락 등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전날밤 전 딜러사에 환경부가 행정처분을 예고한 34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해 25일부터 판매중단하기로 했다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이 안내문에는 해당 차종에 대한 추가 설명과 함께 딜러사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본사의 지침도 담겼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딜러 파트너사에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한국 정부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온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자발적으로 진행한 첫 조치다. 환경부의 행정조치와 25일 청문회를 앞두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딜러사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대응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후폭풍이 거세다. 중고차 시장의 경우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중고차업체 SK엔카닷컴에 등록된 폭스바겐 모델 매물의 평균 시세 하락율은 11.9%에 달했다. 디젤게이트가 터진 직후인 지난해 10월 대비 올 7월 비교폭으로 아우디(7.6%), BMW(7.6%), 벤츠(8.5%) 등 다른 독일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게다가 폭스바겐의 2015년식 모델의 평균 시세 하락률이 13.1%에 달해 연식이 짧은 모델의 하락률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중고차 매물량도 지난해 9월 이후 올초까지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SK엔카 홈페이지에 등록된 폭스바겐 매물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달 1300~1400대가 등록됐지만 올해 3월부터 6월까지는 1700~1800대로 크게 증가했다.
물량이 늘어난데 비해 찾는 수요는 줄었다. 최근 2개월간 SK엔카에 등록돼 있는 폭스바겐 모델은 아우디, 벤츠, BMW 등 독일 3사에 비해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BMW가 6월 대비 151.8% 클릭수를 기록해 가장 많이 늘었고 벤츠가 148.6%, 아우디가 140.6%로 뒤를 이었다. 반면 폭스바겐은 이보다 낮은 119.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판매정지가 현실화되며 중고차 시장에서의 가치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휴가철이 끝나면 등록 매물도 늘어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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