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84세에 80타."
바로 '에이지 슈트(age shoot)'다. 골프에서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타수를 기록하는 경우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사진)이 주인공이다. 지난 11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골프장에서 버디 2개를 솎아내며 전반에 41타, 후반 39타를 작성했다. 2010년 6월 어렵기로 소문난 안양골프장에서 78타로 첫 에이지 슈트를 했고, 이후 한 차례를 더해 이번이 벌써 세번째다.
로또복권 당첨보다 더 어렵다는 홀인원이나 샷 이글, 알바트로스보다 더 자랑스러운 진기록이다. 실력은 기본, 무엇보다 건강이 따라줘야 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당연히 체력이다. 아마추어골퍼들이 보통 60대 타수를 칠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 70대부터 기회가 있다. 80대에 80타를 치던, 90대에 90타를 치던 필드를 왕성하게 누빌 수 있는 파워가 있어야 한다.
이 총장의 외모에서는 사실 84세의 나이를 짐작할 수 없다. 일단 물을 많이 마시고 맵고 짠 음식을 자제하는 식습관 등 남다른 건강관리가 출발점이다. 매일 아침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무조건 1시간 이상 산책한다. 비바람 등 악천후에서는 러닝머신이나 스태퍼를 애용한다. 골프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유일하게 돈을 쓰는 분야다.
1932년 군산에서 태어난 시골 소녀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을 거쳐 지금은 병원과 대학, 언론사까지 진두지휘하는 교육, 의료, 문화재단의 총수가 되기까지 수 십년간 숨가뿐 여정을 소화한 동력이다. 고 유승국 박사가 지어준 호(雅號)가 가천(嘉泉)이라는 게 재미있다. 가(嘉)는 파자(破字)를 하면 "길(吉)이 스무번(十十) 더해진다(加)"는 의미다. 천(泉)은 샘을 뜻하니 좋은 일이 끊임없이 샘솟는 셈이다.
화두는 모든 프로젝트에 쏟아붓는 '열정(熱情)'이다. 이 총장은 평소 공자의 말을 인용해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에 비해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에 비해 못하다"며 소명의식을 중시했다. 모든 일을 즐겁게 대해야 열정이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생기면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이 총장은 "건강을 위해서도 열정이 필요하다"며 "좋지 않을 때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역풍이 거셀수록 더 빨리 돌아간다는, 이른바 '바람개비 이론'이다. "어린 시절 다른 아이들은 바람이 멈추면 포기했지만 나는 산에 올라가 뛰면서 바람개비를 돌렸다"며 "골프와 건강, 사업 모두 열정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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