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미국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에서 17일(현지시간) 흑인 청년이 근무 중인 백인 경찰관을 향해 총격을 가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발생, 미국 사회가 또다시 큰 충격에 빠졌다. 배턴 루지는 지난 5일 CD를 팔던 흑인 노점상인 앨턴 스털링이 백인 경찰관들에게 제압을 당한 상태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이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시민 운동의 새로운 진원지로 부상하고 있던 지역이다.
미국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배턴루지 동남부 올드 해먼드 지역의 한 상가 인근에서 흑인 청년 개빈 유진 롱(29)이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쓴 채 매복하고 있다가 근무중인 백인 경찰관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갑작스런 총격으로 인해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의 인명 피해가 컸다.
경찰은 즉각 대응 사격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도 범인도 현장에서 사망했다. 현지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최소 2명의 공범이 있는 것으로 판단, 대대적인 공범 색출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루지애나 주 경찰 당국에 따르면 범인은 29세의 흑인 청년으로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 출신이며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와는 특별한 지역 연고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롱이 계획적으로 배턴 루지를 찾아가 백인 경찰 살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번 사건이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발생한 백인 경찰관 매복 공격의 모방 범죄라는 점에서 미국 사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댈러스에선 아프가니스탄 복무 미군 병사 출신 흑인 청년 마이카 존슨이 매복 조준사격으로 백인 경관 5명을 살해한 바 있다.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들은 흑백 인종 갈등을 폭력적으로 해결하지 말고 단합할 것을 거듭 호소해왔다.
그러나 흑인 사회의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백인 경찰에 대한 위협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가 흑백간 내전 상태라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올 정도다.
흑인 사회의 항의 시위는 배턴 루지를 비롯,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11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선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백인 경찰 살해를 주장한 남성들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미국 사회에서 인종 갈등이 흑인 로드니 킹이 백인 경찰관들에게 구타당한 사건을 계기로 발생한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사건에 대해 “어느 누구도 대변하지 않는 비겁자들의 행동”이라면서 “법을 위반하는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 우리에게는 분열된 모습이 있다"고 전제한 뒤 "선동적인언사는 필요하지 않으며, 우리 모두가 문제의 일부가 아닌 해결책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달렸다"며 미국 사회의 화해와 단합을 거듭 호소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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