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터키 쿠데타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터키가 충돌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귈렌을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하며 그를 추방해 터키로 넘길 것을 미국에 요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터키는 그동안 미국이 요구한 테러리스트 추방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다"며 "만약 우리가 전략적 파트너라면, 미국은 우리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터키 관리들은 한술 더 떴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이날 "귈렌을 후원하는 어떤 나라도 터키의 친구가 아니"라며 "터키와 심각한 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술레이만 소이루 터키 노동장관은 이번 쿠데타 뒤에 미국이 있다는 주장까지 폈다.
그러나 미국은 적법절차를 강조하며 이에 맞섰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귈렌과 관련한 어떤 요청도 아직 받은 바 없다"며 터키 정부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귈렌이 범법행위를 했다는 적법한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미국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터키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도 이번 쿠데타 연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메블류트 차부숄루 터키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이 실패한 쿠데타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는 공개적인 암시나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전했다.
귈렌은 '히즈메트(봉사)'라는 이슬람 사회운동을 이끈 이슬람학자이자 종교지도자로, 한때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였지만 2013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부패수사를 계기로 결별했다. 1999년 지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자진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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