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에 전쟁가능한 일본 길렀다(上)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끄는 여당과 개헌 지지세력이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일본의 전쟁과 군대보유를 막는 '평화헌법'이 1946년 제정된 이후 70년만에 바뀔 상황에 놓였다.
11일 일본 참의원 개표 결과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각각 56석, 14석을 확보했으며 개헌 지지세력인 오사카 유신회도 7석을 획득하면서, 무소속 의원을 포함해 참의원 내 개헌 세력이 전체의 3분의 2를 넘어섰다. 이로서 중의원뿐만 아니라 참의원에서도 개헌 발의가 가능한 환경이 갖추어졌다.
아베 총리는 개헌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선거가 마무리된 지난 10일 저녁 TBS방송에 출연해 "국회의 헌법심사회에서 여ㆍ야없이 (개헌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고 싶다"며 "논의를 통해 (개헌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깊어지는 가운데, 어떤 조항을 개정하느냐는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선거 유세때만 해도 여론을 의식해 개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발언이다.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헌법 9조, 이른바 '평화헌법'을 고쳐 일본을 헌법상으로도 군대보유와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오는 2018년 9월까지인 총리임기 내에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외할아버지이자 태평양전쟁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못 이룬 개헌을 본인이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교도통신이 선거 후 출구조사에서 아베 정권 하에서의 개헌에 대해 찬반을 물은 결과, 반대가 50%, 찬성이 39.8%로 각각 집계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선거 공약에도 포함되지 않은 개헌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경우 국민적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며 '개헌의 함정'을 우려했다. 개헌이 최종적으로 이뤄지려면 국민투표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아베 정권으로서는 국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민진당 등 4개 연립야당뿐만 아니라 연립여당인 공명당 역시 평화헌법 개정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에 아베와 자민당은 평화헌법을 먼저 건드리기보다는 '긴급사태' 조항 신설 등 쉽게 여론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조항부터 개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긴급사태 조항은 대규모 재해나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국가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헌법을 건드리기보다는 비상법을 만들어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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