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나향욱 정책기획관 언행, 충격을 넘어 참담"
교육계·시민들 "공무원 자격 없어…스스로 물러나길"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한 교육부 고위공무원을 향해 각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 교육계와 정치권도 '중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최근 술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나향욱 정책기획관에게 9일 대기발령을 내렸다. 나 정책기획관이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논쟁을 벌이다 적절치 못한 언행을 했고, 경위를 조사해 엄중 조치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교육계는 나 정책기획관의 발언이 개인의 실언을 넘어 교육 정책을 책임지는 부처의 공직자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교육부 장관 등 책임 있는 정부 인사의 대국민 사과와 법이 정한 최고 수위의 징계에 처하는 강력한 문책 인사를 촉구한다"며 "교육부의 조사와 처리 결과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나 정책기획관이 본인의 과오를 인정한다면 책임을 지고 스스로 공직에서 물러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육부 고위관료로서 결코 해서는 안될 표현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사회적으로 큰 충격과 물의를 일으킨 만큼 철저히 조사해 합당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양순필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할 망언"이라며 "헌법을 부정하고 막말과 극언으로 국민을 모독하며 스스로 품위를 망가뜨린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더 이상 대한민국 공무원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강선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자리는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이고 교육부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은 국민 세금으로 서비스하는 사람이지 99% 국민 위에 군림하는 1%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국민을 개·돼지라니… 개·돼지만도 못한 공무원"이라고 올렸다.
뉴스를 접한 시민들도 분노도 확산되고 있다. 한 네티즌(아이디 ans***)은 "민중의 99%는 개, 돼지라고 표현한 그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받고 있는 공무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고, 또 다른 네티즌(Kin***)은 "교육부 정책기획관부터 저러니 이 나라 교육이 엉망이다"고 개탄했다.
일부 시민들은 국민신문고과 교육부 민원상담센터를 통해 직접 나 정책기획관에 대한 강력한 징계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포털 다음 '아고라'에는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파면을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서명이 진행중이다.
앞서 나 기획관은 지난 7일 경향신문 기자들이 동석한 자리에서 "민중을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에 대해 내 자식처럼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그는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고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교직발전기획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거쳐 지난 3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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