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T-CJHV 합병 불허
권역별 점유율 문제 거론
케이블TV 업계 "정부 정책에 역행"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 규제 일원화, 전국 가입자 1/3
출구전략인 M&A 사실상 못하게 하는 조치…고사 위기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불허하면서 케이블TV 업계는 사실상 고사위기에 놓였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인터넷TV(IPTV)에 가입자를 빠르게 뺏기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블TV 업체들은 M&A를 출구전략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발송한 SK텔레콤ㆍCJ헬로비전과 M&A 심사보고서에서 경쟁제한을 이유로 주식 취득 및 합병금지 명령을 내렸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사실상 불허한 것이다.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법인의 방송이 23개 권역 중 21곳에서 1위가 돼 시장 지배적 지위가 형성, 강화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의 합병 불허 보고서에 SK텔레콤 뿐 아니라 케이블TV 업계도 매우 당혹하고 있는 분위기다. 케이블TV 업계는 이번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을 향후 케이블TV산업의 바로미터로 봤다. 이번 합병이 무산될 경우 케이블TV산업은 존폐위기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1380만명으로 IPTV(1099만명)와 위성방송 가입자(307만명)를 더한 1406만명에 미치지 못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1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케이블TV 업체의 영업이익은 4535억원으로 2년 만에 27.8%가 줄었다. 전체 매출도 전년 대비 330억원이 줄어든 2조3462억원에 그쳤다.
반면 마케팅 파워를 가진 IPTV는 결합상품으로 유료방송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42.3%(1133만명)가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통해서 유료방송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결정이 정부의 유료방송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지난해 정부는 '한 사업자가 전국 유료방송 가입자의 1/3을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를 내놓았다.
하지만 공정위가 현행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권역별 점유율 규제를 내세우자, 사실상 케이블TV 업계의 M&A를 전면 금지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지난해 9월 기준 KT군 유료방송 가입자는 843만명(29.3%),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합병법인의 가입자 합은 749만명(26%)으로 일원화된 규제로 봤을 때는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 케이블TV 업계의 M&A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흘러나오면서 해당 업체들은 출구전략 마련에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CJ헬로비전 뿐 아니라 딜라이브, 현대HCN 및 독립 SO들도 M&A에 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 같은 선례를 남기면서 타 이동통신사들도 케이블TV 업체의 M&A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 불허로 인해 자구적인 구조개편 추진이 어려워지고 경쟁력 확보 방안이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위 결정은 정부 유료방송 정책을 역행하는 모순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편 M&A 최종 인허가 결정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있다. 공정위 의견을 반드시 참고해야 하지만, 반드시 의견을 따를 필요는 없다. 합리적 의견이 있다면 통신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정위 의견과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지난 2008년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합병할 때도 공정위의 의견이 일부 반영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SK텔레콤 등 이해 당사자 의견을 받은 후 오는 20일께 전원회의를 열고 인수합병 건을 최종 심결할 계획이다. 공정위 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릴 경우, 최종 결론은 2~3주 더 미뤄질 수도 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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