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규제완화…청년창업자 설립비용 80% 무이자 대출도
[밀라노(이탈리아)=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등하기 시작해 2014년 급기야 12.7%까지 치솟은 실업률에 충격을 받은 이탈리아 정부가 사활을 걸고 스타트업 육성 등 경제 활성화 정책에 역량을 쏟아 부은 결과가 유의미한 숫자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스타트업 육성 정책으로 매주 평균 40여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고 청년 실업률 또한 상승세를 멈췄다. 2012년 37.2%에 달했던 청년 실업률은 3년 후인 2015년 3.6%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 평균 청년 실업률이 22%에서 0.7%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선전한 수치다. 법안 시행 이후 새로 설립된 스타트업만 4500개를 넘어섰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도 이전과 달리 활기를 띠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만든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2014년과 2016년 초 두 번에 걸쳐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그 결과 설립 초기 수십 명에 불과했던 크라우드펀드협회는 현재 1500명의스타트업 관계자를 회원으로 두고, 이사회 멤버만도 30명에 달하는 이탈리아 내 가장 큰 크라우드펀딩 관련 단체로 성장했다. 회원 수는 지난해 2012년 설립 이후 가장 큰 폭인 150% 급증하기도 했다.
마르코 비코치 피치 이탈리아 크라우드펀드협회장은 "기존 법이 스타트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격을 매우 제한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안 됐다"며 "온라인을 통한 자금 모집이 가능해져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돼 더 많은 스타트업이 크라우드펀딩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금융감독기관인 CONSOB가 온라인을 통한 스타트업 자금 모집 규정을 구체화하면서 규제 공백을 해소해 시장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제도 도입 초기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PEF)도 시장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보완장치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앞으로 창업을 촉진하고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 정책에 무게를 두고 실업률 감소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35세 미만의 창업자가 자본금 1유로로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 스타트업 육성정책은 이탈리아 현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 활성화 정책이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청년 또는 여성일 경우 설립 비용의 80%까지 무이자 대출도 가능하다.
청년 실업난으로 이탈리아에서 빠져나가는 우수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한 정책도 시행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창업자 중 해외에서 박사학위 소지자가 있는 경우 회사 설립 비용의 80%를 무이자 대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48개월 이내 기업 중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나 혁신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출 500만유로(63억원) 이하의 기업에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정원준 KOTRA 밀라노 무역관장은 "스타트업 정책은 지속 가능한 성장, 기술개발, 고용을 목표로 성장과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반인들의 제도이해 부족, 복잡한 행정 절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관련 규제 역시 걸림돌이다.
크라우드펀드협회 고문변호사 조반니 쿠치아라토는 "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지금도 투자할 수 있는 대상 기업이 한정돼 있다"며 "투자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빠른 회수가 가능하도록 외투기업 등 여러 종류의 기업에 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라노(이탈리아)=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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