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현대자동차가 아슬란 생산량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한때 월 3000대 가량을 찍어내던 물량을 100대로 떨어뜨렸다. 출시 20개월만으로 올 상반기 개소세 인하 훈풍에도 판매량이 급감한 게 원인이 됐다.
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5월 현대차 아산공장의 아슬란 생산량은 189대에 그쳤다. 아슬란 생산량이 10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올초만 하더라도 500대는 유지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역대 최저 수준인 150대만 팔리며 생산량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2~3월 300대로 조정한데 이어 4월에는 200대, 5월 100대로 낮췄다. 하루 출고량이 10대도 안되는 수준으로 아산공장 내 아슬란 생산라인이 그랜저와 쏘나타 등 혼류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슬란 생산은 사실상 유지 수준으로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원인은 바닥을 드러낸 판매량에 있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지난해에 이어 연장됐음에도 현대차 라인업 중 유일하게 혜택을 보지 못했다. 실제 올들어 6월까지 현대차의 내수 판매량은 35만1124대로 전년보다 2만5000대 가까이 늘었다.
반면 아슬란은 지난해 12월 연식변경과 함께 판매가를 100만~200만원 낮추고 50만~100만원의 추가 할인까지 얹었지만 반등하는데 실패했다. 올 들어서도 6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095대로 지난해 같은기간 5230대의 20% 수준에 그쳤다. 2월 역대 최저 수준인 150대로 떨어진 이후에도 3월 168대, 4~5월 176대, 6월 158대 등 회복세를 타지 못한 결과다. 올해 공장에서 찍어낸 물량 역시 1700여대로 3100여대의 지난해보다 절반이나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는 아슬란 생산량을 최소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상반기 수요가 늘어난 쏘나타와 그랜저 등에 공정을 집중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 가운데 아직 재고분이 남은 상태로 부분변경 등 라인업 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현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에도 아슬란의 입지는 불투명할 전망이다. 경쟁사 중에는 임팔라 등이 자리를 잡은 상태고 현대차 내부에서도 7월에는 바로 위 체급인 제네시스의 G80, 11~12월에는 신형 그랜저가 출시된다. 부분변경 등의 변수를 만들기 전까지는 할인 외 방법이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많지는 않지만 일정하게 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부분변경 등의 논의도 이뤄지고 있는 상태"라며 "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맞춤형 마케팅 등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