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수출·내수 살리기 필요성 강조…美 금리 인상 시기 지연 가능성에 "지금이 적기"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결정 후 한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거세졌다는 점도 기존 경제 상식과는 다른 점이다. 브렉시트라는 돌발악재로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탈 코리아를 부추길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기존 상식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금융환경이 불안하면 투자는 안전자산으로 급격히 이동한다. 통상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는 안전자산으로, 원화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브렉시트란 돌발악재가 외국인 자금유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브렉시트 후 국내 자본시장에서 영국계 자금 36조원의 이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였다.
외국인의 자금 유출 우려가 높아지면 우리나라의 통화정책도 보수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의 인하로 주요 선진국과의 금리격차가 축소되면 해외 투자자본의 탈코리아 움직임에 기름을 붓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가 그랬다. 당시 우리는 기준금리를 1.5%로 동결시켰지만 미국이 금리를 0~0.25%에서 0.25~0.5%로 올리면서 우리와의 내외 금리차는 기존 1.25~1.5%포인트에서 1~1.25%포인트로 축소됐다.
한미간 내외금리차의 축소는 외국인의 이탈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국인 증권투자는 40억4000만달러 순유출돼 전월(17억2100만달러)에 비해 유출폭이 크게 늘었다. 이는 올해 1월까지 영향을 미쳐 외국인 투자 순유출이 45억3000만달러로 증가했다. 현재 미국과의 금리 차는 0.75~1%포인트로, 지난해 말보다 더 낮아진 상태다. 우리가 추가로 기준금리를 낮춘다면 외국인이 대거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은 브렉시트로 경기침체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브렉시트로 수출과 내수의 동반부진이 더 심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17개월 연속 감소했는데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암흑 터널에 갇힌 상태다. 내수로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한은이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향후경기판단CSI는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한 78로 소비자 심리가 오히려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리 인하의 추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외국인 유출 우려보다 금리인하로 소비심리를 살리는 게 더 급선무란 판단에서다.
브렉시트 결정 후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의 지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금리인하 목소리를 키우는 요인이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브렉시트 이후 유동성 악화를 우려해 돈을 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만 나홀로 긴축 정책을 펴긴 어렵다. 일각에서 연내 1~2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미 연준·Fed)도 오히려 금리 인하를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판단에서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브렉시트에도 국내 시장이 잘 버티고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지연됐다는 점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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