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굴절률 이용…수박당도, 폭탄주 도수 알수 있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그림자를 보면 너를 알 수 있다!"
'그림자 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림자 굴절률을 이용해 물성의 특징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됐습니다.
빛은 초속 30만㎞로 이동합니다. 이 같은 광속은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가장 빠릅니다. 반면 특정 매질 안에서는 느려집니다. 그 비율을 '굴절률'이라고 부릅니다. 굴절률은 빛의 굴절이나 반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광학분야에서 중요한 물성으로 알려져 있죠. 이 굴절률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현미경이나 광학렌즈 같은 정밀하고 비싼 광학장비가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실생활에서 바로 측정하기 쉽지 않죠.
포스텍(POSTECH) 기계공학과 김동성 교수 연구팀은 복잡하고 비싼 광학 장비 없이 '그림자'로 액체의 굴절률을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는 굴절률 측정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투명한 사각기둥에 원통형 저장 공간을 만들어 투명하게 희석시킨 액체를 채웠습니다. 이 사각기둥에 빛을 비출 때 발생하는 그림자를 '실마리'로 생각했습니다. 액체의 굴절률이 증가하면 그림자의 너비가 감소합니다. 액체의 당도와 그림자의 너비의 상관관계를 미리 알고 있다면 당도를 먹어보거나 광학장비 없이도 측정해낼 수 있는 것이죠.
연구팀은 샘플 액체를 이용해본 결과 굴절률과 액체의 성질이 정확하게 맞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 측정 장치는 구조나 제작이 간단합니다. 외부전원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정밀한 광학 장비도 필요치 않아 일반인들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과일주스나 탄산음료의 당도, 국의 염도 등을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에 활용 가능합니다. 물론 산업용 오일의 노화 정도나 건강 상태에 따른 체액의 변화를 확인하는 용도로 확대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을 이용해 수박당도는 물론 폭탄주의 도수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김동성 교수는 "이번 시스템은 구조나 제작이 간단하고 자연광을 이용하면 외부 전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라며 "특히 산업계의 폭넓은 활용과 그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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