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연구팀, 관련 알고리즘 개발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 세부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알고리즘이 개발됐습니다.
겉보기엔 같은 질병처럼 보이더라도 발생 원인이나 치료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러한 질병의 세부 특성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알고리즘이 나왔습니다. 맞춤형 치료에 대한 가능성을 넓혔습니다.
질병 특성에 따른 소분류를 구분해 전체 질병의 세부 지도를 그려내고 각각의 소분류를 겨냥한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한범 교수는 하버드 의대 연구팀과 함께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여러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유전자를 찾았습니다. 이를 활용해 생물학적 기전, 치료법 등 세부 특성에 따라 질병을 소분류로 구분해주는 의학통계 알고리즘 '붐박스(BUHMBOX)'를 최근 내놓았습니다.
'붐박스'는 특정 질병 'A'에 걸린 환자군 유전자에 또 다른 질병 'B'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가 얼마나 있는지 검증해주는 알고리즘입니다. 질병 'A'의 소분류 중 질병 'B'와 관련 있는 소분류가 있다면 질병 'A' 환자군 유전정보에 질병 'B'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집중적으로 존재합니다.
유전자 사이의 양성 상관계수(positive correlation)를 측정하는 작업을 반복해 전체 질병 지도를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질병의 소분류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한 질병 안에는 서로 다른 여러 소분류(subtype) 또는 아형(subgroup)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소분류 간에는 생물학적 기전, 예후, 약물 반응 정도 등이 각각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질병의 소분류는 질병 발병 이후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나 검사 결과에 따라 후행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각 질병 별 어떠한 소분류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죠. 해당 질병의 소분류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기존의 표준 치료법이 효과가 없는 경우 다른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군의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문제의 질병이 어떤 소분류로 구분되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런 소분류 구분 과정에서 질병과 질병 사이의 유전적 유사성을 찾아냄으로써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치료약을 다른 질병의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실제로 한범 교수팀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류마티스 관절염의 소분류의 하나인 CCP(Cyclic Citrullinated Peptide) 음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2406명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유전적으로는 이들 중 30%가 오히려 CCP 양성 류마티스 관절염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유전체 분석을 통해 CCP 음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 대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범 교수는 "유전체 빅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특성별 소분류를 구분해 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만큼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질병의 세부 지형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질병 특성에 맞는 치료법을 개발해 진정한 의미의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유전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에 최근 실렸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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