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에 착수하면서 신동빈 회장 등 총수일가를 정조준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조재빈),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10일 롯데그룹 계열사 및 핵심 임원 주거지 등 17곳을 압수수색했다.
한국 롯데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를 비롯해, 그룹 인사·경영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정책본부가 소속된 롯데쇼핑, 사업 재승인 과정에서 하자가 적발된 롯데홈쇼핑, 롯데정보통신 및 롯데정보통신이 지분 3분의 1을 보유 중인 롯데피에스넷, 작년 말 기준 매출의 58%를 계열사에 의존하는 대홍기획 등 6곳의 계열사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그룹 총수 일가의 주거지·사무실도 압수수색하는 한편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모 부회장 등 핵심 임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선 롯데그룹 계열사간 자산거래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수개월 간의 내사 과정에서 계좌 추적을 통해 계열사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그룹 안팎에서 경영진의 치부를 지목하는 정보가 축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핵심 임원들의 횡령·배임 사건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감사원 수사의뢰 및 다량의 범죄 첩보를 수집·분석해 온 검찰은 최근 롯데그룹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정황을 포착하고 전격적인 공개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 검사를 보강하는 등 수사진용을 가다듬고 이날 압수수색에 200여명을 동원했다.
검찰은 신격호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뒷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신 이사장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가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을 확인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 이사장 수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롯데그룹 역시 수사 낌새를 채고 증거인멸이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가 계속 들어와 더 이상 수사를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함께 롯데그룹 재무·회계 실무자 등을 차례로 불러 자금흐름 및 핵심 관계자를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가 비자금의 용처로 향하면 인허가를 비롯 맥주사업 진출, 부산 롯데월드 부지 불법 용도변경 등 각종 특혜가 집중됐던 이명박 정권 인사들 역시 수사선상에 오르리란 전망도 나온다. 창업주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는 지난 1998년 첫 삽을 뜨고서도 국방당국의 반발 등으로 10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급물살을 탔다. 이에 정·관계 로비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검찰은 국내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이 지배구조에 기대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 99%를 일본 롯데로 보내는 ‘국부유출’ 논란 역시 형사책임을 따질 수 있는지 들여다 볼 계획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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