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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호주머니 털려다 먼지만 날린 경유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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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세먼지 도로 발생량은 10% 불과
정부, 2009년엔 '클린디젤' 적극 홍보
"저렴 친환경이라며 권장할 땐 언제고.."
경제 악영향·실효성 논란에 한발 물러서


서민 호주머니 털려다 먼지만 날린 경유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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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가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경유 가격 인상 카드를 꺼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가 준다'는 교과서적 발상에서 나온 대책에 서민들은 정부의 무능을 질타했다. 담뱃값 인상을 떠올리며 손쉽게 서민의 호주머니만 터는 정부의 '얕은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없던 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분명한 것은 이번 일이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관가에서조차 “이번 논란으로 국민이 경유차가 미세먼지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더 잘 알게 됐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보다 영향력이 컸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들린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유럽은 수년 전 경유차 규제를 강화하던 시점에 우리는 릫클린디젤릮이라는 용어에 속아 경유차가 친환경 차량으로 둔갑, 구매를 장려했다는 점은 분명히 되짚어봐야 하는 부분이다.


◆'주먹구구' 손쉬운 대책에 매몰= 정부의 경유 가격 인상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지난달 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자 부처들은 앞다퉈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미세먼지 주무부처였던 환경부는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꼽힌 노후 경유차와 발전소 등을 대상으로 저감방안을 수립하게 된다. 경유차 운행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경유차에 부과하는 환경개선부담금을 없애고 경유에 부담금을 직접 부과하는 제안 등이 쏟아져 나왔다.


화물차 등 영세자영업자를 위해 현재 휘발유의 85% 수준으로 낮춘 경유 가격에 대한 특혜를 없애 95%까지 끌어올리려면 ℓ당 150원을 인상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모습이 갖춰 갔다.


그러나 경유 가격 인상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반대 여론이 급부상했다. 트럭을 가진 자영업자 등 가계는 물론 기업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이유였다. 경유 가격 인상의 실효성도 논란이 됐다. 경유 가격을 올린다고 당장 차량을 교체할 수는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경유를 구입해 차량을 운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정치권에서도 경유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새누리당은 2일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 관련 당정협의에서 미세먼지 대책에 경유 가격 인상을 제외할 것을 요청했고, 정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서게 됐다.


결국 정부는 3일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노후 경유차 수도권 진입 제한 ▲노후 화력발전소 축소 ▲공해 유발 차량의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환경지역'(LEZ) 확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차량부제 시행 ▲오염물질 총량제 대상 확대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민 호주머니 털려다 먼지만 날린 경유값


◆'경유차= 미세먼지 주범' 과학적 근거는= 경유 가격 인상 논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대책에 앞서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2013년 자료를 보면 전국 초미세먼지(PM2.5) 1차 배출량 10만6610t 가운데 도로이동오염원에서 발생한 양은 1만1134t으로 10.44%에 불과하다.


전국 사업장 보일러 등 제조업 연소는 39.02%를 차지했으며, 도로나 공사장 등에서 날리는 비산먼지(16.06%), 고깃집 등 생물성 연소(11.89%) 비중보다 낮았다. 다만 경유차가 배출하는 황화합물이나 질소화합물 등이 미세먼지를 유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유차의 영향이 많다고 추정할 뿐이다.


경유차 미세먼지 배출량 조사도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 실내 주행에서는 인증 기준을 모두 통과했지만 실외 주행에서는 차량이나 상황 여건에 따라 최대 20배까지 높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경유차 실외 주행 시 배출가스가 인증 기준을 뛰어넘었다. 폭스바겐 사건 이후 각국 정부의 경유차 도로주행 조사결과 일본은 최대 10.0배, 프랑스 11.7배, 영국 13.8배, 독일 14.6배 등 차이가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경유차 배출가스에 대해서 보다 면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지역이나 대도시별로 미세먼지 원인이 다른 만큼 다양하고 근본적으로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맞춤 처방전이 마련돼야 한다”며 “경유차를 주범으로 정하고 마녀 사냥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 직결 '미세먼지'공론화 계기
경유차 배기가스 등 면밀한 조사 필요


서민 호주머니 털려다 먼지만 날린 경유값 환경부 수도권 대기환경청 자동차관리과와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대기관리과 직원들이 차량 배출가스를 포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클린디젤이라더니…오락가락 정부= 2009년 정부는 클린디젤을 전기차 등과 함께 환경친화적 자동차에 포함시켰다. 유로5((EURO5)) 이상 배출 기준을 통과하면 환경개선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줬다. 휘발유보다 경유가 저렴해 연비가 좋은 데다 친환경적이라니 경유차 구입은 크게 증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경유차 비중은 2010년 18.5%에서 2011년 20.7%, 2012년 27.0%, 2013년 32.4%, 2014년 39.5%로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신규등록차량 183만대 가운데 경유차가 96만대로 점유율 52%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클린디젤의 허상이 드러났다. 미국에서 소위 '디젤게이트'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정부도 부랴부랴 폭스바겐 자동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실내인증시험에서는 기준에 적합한 배출가스를 내보내지만 실외 운행에서는 저감장치를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고, 현재 환경부와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수정 소프트웨어 리콜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도 최근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량 950여대를 압수하면서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경유차를 지목하면서 경유차의 신뢰도는 추락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경유차 정책을 두고 오락가락하면서 자동차 업체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선을 유발했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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