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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가격 문제있다"…삼성물산-소액주주 공방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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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서울고법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주식매수가가 낮게 책정됐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2%대의 삼성물산의 지분을 보유했던 일성신약과 삼성물산 간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울고법 민사35부(윤종구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 절차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을 깨고 일성신약과 소액주주들에게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5만7234원에서 6만6602원으로 올리라고 결정했다.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격보다 16%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서울고법이 이렇게 판단한 것은 삼성물산이 의도적으로 실적부진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해외사업수주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거나 삼성그룹의 일감을 다른 계열사에 넘겼던 점을 감안하면 이건희 회장 등 오너일가의 이익을 위해 의도됐다고 볼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고법은 적정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합병설이 나오기 전 주가인 6만6602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설이 나온 이후부터 주가가 지속적으로 조정을 받았다는 정황에 근거한 수치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의 산정기준은 일반적으로 합병 이사회 결의일로부터 3개월 가중평균 주가와 1개월 가중평균 주가, 그리고 1주일 가중평균 주가를 산술평균한 값이다. 이사회 합병 결의일이 2015년 5월26일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예외를 인정한 셈이다.


재판부는 "합병 결의 무렵 삼성물산의 시장주가가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삼성물산의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한 국민연금 역시 정당한 투자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일성신약 모두 재항고 의사를 표명한 상태라 최종 결론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2심처럼 판결이 난다면 그룹 계열사간 합병 과정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금융(IB)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고법의 판결이 당사자인 회사가 결정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본 만큼 시장상황과 정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한 적극적인 해석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릴 것도 없이 당장 이번 판결만으로도 피합병 법인 소액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산정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승계과정에 있는 기업 구조조정은 대주주에 유리하기 때문에 오너일가의 지분이 높은 기업에 줄서야 한다는 이른바 '대주주 불패의 법칙'에도 예외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졌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서울고법의 판결이 확정되면 상향조정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과의 차액을 보상하는 수준에서 그치치 않을 것"이라며 "현행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산정기준이 적절한 지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삼성물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유지할 경우 합병 무효소송에 대한 리스크도 부각된다"며 "그간 고등법원 판결 이전까지는 합병과 관련된 여러건의 소송에서 삼성물산에 유리한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합병 무효 소송은 리스크 요인으로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성신약이 제기한 합병 무효와 관련한 본안 사건은 현재 1심이 진행중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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