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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손님 줄고, 구조조정에 경쟁자 늘고…사면초가 '나홀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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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대출 1兆 늘때 자영업자 2.3兆 늘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지난해 봄 다니던 중견기업을 퇴직한 박재성(50ㆍ가명)씨는 은행 대출금을 포함한 투자금 9500만원으로 대학로 인근에 치킨집을 차렸다. 하지만 손님이 부쩍 줄어든데다 최근엔 임대료까지 오르면서 종업원 3명의 인건비 지급도 빠듯한 상황이 지속됐다. 박 씨는 1년만에 치킨집 문을 닫았고 권리금과 시설투자비 등을 합해 총 8000만원을 날렸다. 박 씨는 "들어오는 돈이 없는데 인건비, 식자재, 임대료까지 고정비는 계속 나갔다. 빚을 갚기는 커녕 오히려 빚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계속돼 가게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면서 "먹고는 살아야 하니 다시 돈을 모아 다른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려고 준비중이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최악의 불황 터널을 지나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에 손님은 줄어드는 반면 구조조정 등으로 자영업 경쟁자는 늘어나는 '이중고' 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가 얼어붙어 장사는 안되는데 상가 임대료나 투자금을 위해 빌린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한달에만 국내은행의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은 2조3000억원 늘어 전체 기업대출 증가폭(5조8000억원)의 39.6%를 차지했다. 1월중엔 기업대출 7조2000억원 중 자영업자 대출이 1조1000억원으로 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15.3% 수준이었다. 석달만에 자영업자의 대출 비중이 두배이상 늘어난 것이다.


자영업대출은 대기업 대출 규모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올 1월만 해도 대기업대출(3조2000억원)이 자영업자대출(1조1000억원)보다 3배 가까이 많았으나 2월엔 대기업대출이 2000억원으로 감소한 반면 자영업대출은 1조5000억원 늘어났다. 3월엔 대기업대출은 되레 1조5000억원 감소하는 동안 자영업대출은 1조8000억원 증가했다. 4월엔 대기업대출이 1조원 느는 동안 자영업대출은 그 두배에 가까운 2조3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역시 최근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대기업 여신을 줄이는 대신 자영업자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생존률은 지극히 낮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4~2013년간 개인 사업자 창업은 949만개, 폐업은 793만개로 생존율은 16.4%로 나타 났다. 100개가 문을 열면 이중 84개는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자영업자 수도 줄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이 조사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비임금근로자 중 자영업자 규모는 555만1000명으로 1년 전인 2015년 4월(565만6000명)보다 10만5000명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가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은 "은퇴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고 재취업이 쉽지 않다보니 자영업자들간의 경쟁이 심해지고 이어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영업자 상당수가 과도한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데다 경기민감업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변동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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