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전북 현대가 심판을 매수한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르자 프로축구 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부산지검은 지난 23일 전북 스카우터 차모씨로부터 경기 때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심판 A씨(41)와 B씨(36)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두 세 차례에 걸쳐 경기당 100만원씩 총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도 돈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북은 이번 사태를 차씨가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스카우터의 직무를 정지하고 조사 결과를 보고 추가 조치도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팬들은 이 발표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팬들의 해명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접속자가 폭주해 구단 홈페이지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전북팬 K씨는 "어떻게 챔피언팀이 그럴 수 있나? 실망이다"라고 했다. 다른 팬 J씨는 "연간회원권과 유니폼을 전부 환불해 달라. 내가 정말 미쳤다. 심판매수한 팀을 응원하고 자랑스러워했는지 창피하다"고 했다.
전북 서포터는 물론 축구팬 다수도 이 문제에 실망하고 있다. K리그 팬 D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분명히 이것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에 공감했다. 도마뱀이 위기에 몰렸을 대 스스로 꼬리를 끊고 도망가듯 전북이 스카우터 차씨에 대한 징계로 이번 일을 매듭지으려 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팬 L씨는 "혼자서 하기에는 금액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스카우터 차씨의 개인행동이라면 의혹은 더 커진다. 그가 독단적으로 심판을 매수한 의도가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아서다. 청탁에 사용한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축구계 관계자는 "감독과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들 몰래 차씨가 그런 일을 꾸밀만한 성격이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은 심판 A씨와 B씨를 계속 조사하고 곧 차씨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전북의 심판 매수 의혹은 지난해 11월 17일부터 한 경남FC 비리에 연루된 심판을 지금까지 조사하다 나왔다. 이 심판들이 입을 열수록 K리그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나고 있다. 전북뿐 아니라 다른 구단들의 비리도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신중하게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검찰 수사가 끝나면 상벌위원회를 열어 전북에 대한 징계를 논의한다. 연맹 규정(제6장 상벌)에 보면 클럽 운영책임자 등 임직원이 가담해 심판매수 등 불공정 심판 유도행위 및 향응을 제공한 경우 해당 클럽에 내려질 수 있는 징계 유형으로 ▲제명 ▲하부리그 강등 ▲1년 이내 자격정지 ▲10점 이상 승점 감점 ▲1억 원 이상 제재금 등이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