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작가 작품 화장품 매장 중앙에 설치
한·중국어 동시 통역 메이크업쇼 '눈길'
각 층마다 비상업 시설 눈길…칵테일바에 야외정원까지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조금 더 밝은 톤을 원하시면, 이 컬러를 쓰시면 됩니다." "루 야오 량 이 디앤더 화, 스 이샤 쩌 옌써(需要亮一点的話,試一下這顔色)."
18일 오후 2시 서울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10층. 매장 한 가운데에서는 화장품 브랜드 '메이크업 포에버'의 메이크업 쇼가 한창 진행 중 이었다. 한국인 아티스트의 시연과 설명이 끝나면 곧바로 중국어 통역의 설명이 이어졌다. 주변에는 십여명의 중국인관광객(요우커)들이 둘러서서 화장법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 했다.
12층의 주얼리 매장 다이아스타. 중국인 남성이 여러개의 보석을 진열대 밖으로 꺼내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아내의 선물을 사러 왔다는 그는 "매장이 넓고, 쉴 수 있는 공간도 많아서 쇼핑하기 편한 것 같다"는 총평을 내놨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영업 첫 날은 '흥행 성공'인 듯 보였다. 이날 오픈한 명동점은 신세계 본점 신관 8층부터 12층, 영업면적 1만5138㎡(4580여평) 규모로 자리했다.
회원 가입을 위해 12층 고객센터 앞에는 50여명이 몰려 가입서류를 작성했고, 매장 곳곳에는 내외국인들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한국인, 외국인을 막론하고 방문객들은 모두 볼거리가 다양하고, 동선이 충분히 확보돼 보다 쾌적하게 쇼핑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신세계면세점 측이 내세우고 있는 것도 바로 '격(格)'이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매장과 다른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특유의 콘셉트로 ▲추억을 선사하는 서울의 랜드마크 ▲프리미엄 K컬처의 발신지 ▲온가족을 위한 패밀리 데스티네이션 ▲개인맞춤형 고품격 서비스공간을 꼽았다.
네 가지 콘셉트는 각 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신세계가 가장 공들인 10층 아이코닉존이 대표적이다. 이 곳은 폭 7.5m, 높이 4.5m의 대형 회전그네와 사방의 LED 디스플레이로 꾸몄다. 회전그네의 경우 벨기에의 작가 카스텐 횔러의 2005년 작품 '미러 캐로셀'로, 10억원을 주고 신세계 측이 사들여 매장 한 가운데에 설치했다.
럭셔리 부띠크 브랜드가 모인 8층에는 '신세계발전역사관'을 설치해 회사의 변천사를 보여줬다. 잡화를 취급하는 9층엔 VIP를 위한 칵테일바, 화장품 코너인 10층엔 회전그네 등 아이코닉 존에 이어 가전·캐릭터·식품을 취급하는 11층에는 대규모 야외정원을 꾸몄다. 각 층마다 전시관, 휴식공간, 바 같은 비상업시설을 만든 것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업계 최초다.
피코크, 노브랜드 등 계열사인 이마트의 자체라벨(PL) 브랜드를 선보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11층 식품 매장에는 홍삼 같은 인기 식품 뿐 아니라 자체 브랜드를 갖춰 해외 진출의 기반을 다졌다. 밥솥이나 카메라, 마사지기 부터 뽀로로, 라인프렌즈, 카카오프렌즈 등 캐릭터 전문샵도 별도로 마련했다.
다만 여타 신규 시내면세점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구성이 '미완성'이라는 점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매장 곳 곳은 여전히 비어있었다. 오픈일 기준으로 입점 진행률은 9층이 70%, 8층은 35%에 불과하다. 소위 '빅3'라고 말하는 샤넬, 루이뷔통, 에르메스 가운데 입점을 마친 곳은 없다. 면세점 측은 내년까지 3대 브랜드 모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200여개 브랜드가 입점, 국내 최대규모로 '아시아 화장품 쇼핑의 성지(聖地)'라고 자평한 화장품 매장이 해외 브랜드 중심으로 구성된 것도 아쉬운 대목. 회전그네가 설치된 아이코닉존은 랑콤, SK2, 에스티로더, 나스 등 외산 브랜드의 대형 개별매장이 둘러싸고 있었다. 설화수, 후, 헤라, 쓰리컨셉아이즈 등 인기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토종 브랜드는 아이코닉 존에서 멀리 떨어진 한켠에 촘촘한 통합부스 형태로 꾸려졌다.
한편,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올 연말까지 브랜드 95%를 입점시키고, 본격적인 영업이 가능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성영목 사장은 "특허 취득 후 차별화된 면세점을 선보이기 위해 힘써왔다"면서 "신세계면세점은 단순 쇼핑공간이 아닌 문화, 경험의 공간을 갖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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