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주가 15%↓…10만원대 붕괴
매출 대부분 R&D 투자, 세액공제 제외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한달 사이 코스닥 주요 상장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대장주 셀트리온만 주가가 크게 내린 반면 카카오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고 하림은 주가가 오히려 올랐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은 지난달 3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이후 전날까지 주가가 15% 하락했다. 지난 2일엔 약 두달 반만에 종가기준으로 10만원대마저 붕괴됐다. 반면 같은날 대기업집단에 함께 지정된 카카오와 하림의 중간 지주회사인 하림홀딩스는 각각 0.5%, 11.3% 상승했다.
유독 셀트리온 주가만 하락한 것은 바이오업계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은 중견기업이었을 때 연구개발(R&D) 지출액의 8%를 세액공제 받았으나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이후는 세액공제율이 3% 이하로 떨어졌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R&D 비용은 매출 대비 32.2%인 1940억원으로 국내 주요 바이오ㆍ제약업계 중 1위다. 조세특례제한법상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연구ㆍ인력 개발비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된다.
또 바이오시밀러 등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공격적 투자와 R&D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열사 간 채무보증 제한이 걸려 외부자금 조달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도 모자랄 판인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투자 의욕이 확 꺾였다"고 볼멘소리를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업체는 R&D투자에서 기술획득, 제품생산,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특히 이 중 R&D 투자 규모가 타 업종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편인데 이번 대기업집단 규제가 본격 적용되면 셀트리온의 타격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시총 2위 카카오도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진 76개의 규제로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특히 지난 1월 로엔을 인수하는 등 지난 몇년간 추진해 온 적극적 인수합병(M&A) 전략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스타트업 수준인 40여개의 계열사에 벤처캐피털 투자가 금지되고 병역특례를 통한 인재 유치 등에 불이익을 받는 등 경영 전략을 새로 모색해야 할 처지다. 다만 신규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규제 영향은 지켜봐야 하지만 단기간에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아직은 새롭게 벌려 놓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효과 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림은 닭고기 가격 반등과 중국 수출 기대가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우려를 상쇄하는 모습이다. 생닭 시세는 2013년 1㎏당 1598.03원에서 2014년 1565.67원으로 하락했다가 지난해 1568.7원으로 반등했다. 여기에 지난달 8일 중국 정부로부터 삼계탕 수출 가능 업체로 등록되면서 주가가 날개를 달았다.
이민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중으로 시장에 공급되는 육계 수가 감소해 생닭 시세가 회복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시장도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다만 하림도 내부거래가 많은 편이라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닭고기 부분육 판매계열사인 올품의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야 하는 부담은 있다.
한편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달 25일 셀트리온과 카카오, 하림 등이 대기업집단 지정에 반대하는 좌담회에 참석해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냈고, 그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도 편집ㆍ보도국장 초청 간담회에서 대기업집단 기준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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