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아티스트 '고기영' 연출 가미한 아트콜라보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내 작은 전시장. 이곳에서 독특한 퍼포먼스가 열렸다. 10평 남짓 돼 보이는 공간 안에는 그림 속 한 장면 같은 서재의 모습이 펼쳐진다. 책이 빽빽하게 꽂힌 책장 앞 소파 위에 책을 읽다가 무심코 잠든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페인터 두 명은 분주하게 남자의 몸 구석구석을 색칠한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된 전시장. 사물 심지어 사람까지 모두 색을 칠한 후 실제지만 실제가 아닌 그림 같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책과 선반, 책장, 스탠드, 유리병, 의자 등등 방 안의 모든 것은 색이 입혀진다. 또한 빛을 받은 사물의 그림자까지 색으로 표현했다. 이를 찍으면 그것이 또 하나의 사진작품이 된다.
10여년 동안 이 같은 방식으로 작업해 온 유현미 작가(52)가 교보문고에서 연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고교시절부터 절친이었던 조명 아티스트 고기영(52)의 조명 연출도 가미됐다.
유 작가는 "오래 전부터 회화,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한데 아우르고 싶었다. 실재하는 물체에 색을 칠하고 이것을 찍어서 흑백이나 컬러 사진으로 보여줘 왔는데, 사실 마지막 결과물인 사진은 CG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간 자체가 작품이 되고, 또한 누구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체험을 갖도록 한 것"이라며 "예술체험 공간이 된 이곳 교보문고 전시장이 미술관이 아니어서 더 재밌는 것 같다. 서재란 누구에게나 책을 읽는 것 외에도 정신적인 공간이다. 퍼포먼스 연출은 책을 읽다가 단잠을 자는 순간이 참 좋은 것 같아 시도해 봤다"고 했다.
창덕궁 달빛기행, 서울 스퀘어, 국립중앙박물관, 2012 여수엑스포 등 굵직한 조명연출을 담당해 온 고기영 아티스트는 이번 전시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주었다. 그는 "평면과 입체 사이의 모호한 빛과 그림자의 표현은 서재에 대한 감성의 경험이고, 빛과 그림자의 시간여행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번 유현미 작가가 꾸민 서재에 그러한 정신적인 시간성과 공간적 감성이 최대한 느껴지도록 빛을 연출했다"고 했다.
'내 마음 속의 서재'라는 제목을 붙인 이번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실제와 가상이 교차하는 ‘3치원과 2차원, 조각과 회화, 입체와 평면, 현실과 비현실’ 등의 경계에 놓인 이색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나 SNS에 공유하는 이벤트 ‘그림 속에 내가 있다!’는 1차(5월1일~6월15일)와 2차(6월1일~6월15일)에 나눠 진행된다. 관련 예시는 다음의 URL 주소를 클릭하면 된다.
(http://www.kyobobook.co.kr/culture/cultureClassicDetail.laf?serviceGb=KAS&serviceCd=5)
이번 전시는 무료입장으로, 다음달 26일까지 이어진다. 관람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다. 문의 02-2076-0549.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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