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란발 특수(特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가는 기업 및 단체가 235개로 역대 최대 규모인 점부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증권시장에서 건설주가 최근 강세를 보이는 데에서도 그 같은 기대감이 엿보인다.
경제계의 관심과 기대가 이렇듯 높은 것은 이란 시장의 잠재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란은 천연가스와 석유 매장량이 각각 세계 1위, 4위인 데다 인구가 8000만명에 달하는 거대시장이다. 이런 나라가 오랜 경제ㆍ금융 제재로 기반시설이나 소비재 발달이 억눌려 왔으니 개발 열기가 거세게 분출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부활하는 이란 시장을 놓고 이미 많은 나라와 기업들이 앞다퉈 달려들고 있다. 정상외교와 함께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 1월 제재 해제 후 외국 정상 중 가장 먼저 이란을 방문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협력채널을 재빨리 복원하고 이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도 아베 총리가 상반기에 무산됐던 이란 방문을 하반기에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기업들이 이란 시장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이같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이란 시장에 대해 강점이 적잖다. 이란이 필요로 하는 건설ㆍ플랜트와 가전 등 소비재 부문은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이 높다. 석유 의존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란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제조,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도 우리 기업들의 진출 여지가 넓은 부문이다. 또 우리나라와 이란이 민간과 정부 간에 오랫동안 좋은 인연을 맺어 왔다는 것도 좋은 자산이다. 경제제재 이후는 물론 1962년 양국 수교 이후 처음인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이 같은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열린 이란 시장이 경제회복의 한 돌파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러자면 이번 방문에서 올릴 수 있는 성과는 그것대로 챙겨야겠지만 지나치게 대통령 방문에 기댄 반짝 성과를 내려 해서는 안 된다.
최대 규모의 사절단에 맞게 이란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전반적으로 찾아내고 중ㆍ장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이란 진출 및 수출 전략을 세밀하게 짜면서 제살 깎기 식의 과잉경쟁을 지양하고 협력할 부분을 찾아내기 바란다. 정부는 지원이 필요한 인프라가 무엇인지 잘 살펴야 한다. 과거 대통령 외국방문 때 종종 있어 왔던 실적의 과대포장이 없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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