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국내 가계의 자금잉여 규모가 지난해 99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관련 통계지표를 개편한 이후 최대수준이다.
13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계 자금잉여규모는 99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지난 2010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내 가계의 자금잉여규모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표 중 경제주체의 현금통과, 예금, 보험, 주식 등 자금운용액에서 대출금을 차감해 산출한다. 자금운용액이 더 클 경우 자금잉여상태를 의미한다.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가계의 자금운용액도 전년 대비 32% 급증한 22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현금통화와 예금의 비중이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약 47%의 비중을 차지했고 보험과 연금의 비중도 약 40%에 달했다. 이는 자금조달 규모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만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한 127조600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표영선 연구원은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2010년 53조9000억원에서 2014년 증가폭이 다소 둔화되는 듯 했으나 2015년 99조2000억원으로 늘었다"며 "새로운 국제기준 지침인 2008 SNA(System of National Accounts) 도입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가계 자금잉여 규모가 증가한 배경은 소비억제와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따른 부담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가계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출규모가 소득대비 상대적으로 둔화되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국내 근로자들의 임금은 지난해 총 693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상승했으나 5년째 상승폭이 둔화됐고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71.9%로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가계순저축률은 7.7배로 급증했다.
표 연구원은 "지속되는 경기불황과 고령화로 인한 자산형성 필요성 확대 등의 이유가 맞물려 소비지출 축소와 저축률 증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가계대출 규모 또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가계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가계신용은 1207조원, 주택담보대출은 501조2000억원에 달했다. 저금리 기조에서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과 관련규제 완화가 가계대출 증대로 이어졌고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격히 상승한 결과다.
표 연구원은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에서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이 500조원을 넘어서는 추세"라며 "원리금 상환과 이자비용 상승 등 요인이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비지출 둔화와 가계부채 증가가 경기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의 급증이 대출상환 부담과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미래 불확실성 확대로 개인과 가계의 소비여력이 하락, 다시 내수시장 위축과 경제성장 부진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표 연구원은 "지난해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의 비율은 2.23배 정도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가계부채 규모가 소득 증가 속도 대비 더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앞으로 기준금리 상승 또는 대출상환 방법 변동 시 가계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저성장 환경에서 소득둔화와 소비심리 위축 그리고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감안한 정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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