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보건·의료사업을 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이 이른바 '사무장 병원'에 악용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의료생협 설립요건을 강화하는 등 대책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의료생협은 조합원인 지역 주민들에게 건강관리 및 방문진료 등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설립기준과 규제가 느슨해 이사장을 비롯한 특정 개인의 사익추구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특히 경찰 등이 2014∼2015년 의료생협이 세운 병·의원 128곳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84%를 넘는 곳이 일반인이 의사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설립·운영하는 사무장병원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에 공정위는 의료생협과 관련한 탈법적 행위를 억제하고 감독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대폭 손보기로 했다.
공정위 개정안에 따르면 먼저 의료생협 설립인가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조합 설립동의자 수는 300명 이상에서 500명 이상으로 바뀌고, 총 출자금액은 3000만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오른다.
의료생협이 이사장 등 특정인의 사익추구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을 막으려는 조치다.
또 환자를 꾀어 소액의 출자금만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조합원 1인당 최저 출자금액을 5만원으로 명문화하는 규정이 신설된다.
의료생협이 의료기관을 추가로 개설할 때에도 이런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친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의 의료생협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규정도 새로 마련됐다.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에 해당하는 임원이 전체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
의료생협은 출자금 납입총액의 최대 2배까지만 차입할 수 있도록 바뀐다.
생협 측이 특정인에게 대출을 받아놓고선 높은 이자를 지급해주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리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의료생협 인가·감독에 필요한 사실 관계 확인 업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맡아 처리하게 된다.
이밖에 의료기관 이름을 건물 간판이나 증명서에 써넣을 때에는 해당 의료생협 명칭까지 같이 표기해야 하도록 규정된다.
한편 공정위는 물류생협이 홍보·재고물품 처리를 위해 비조합원에게 물품을 공급할 수 있는 범위를 기존 매출액의 5%에서 10%로 확대한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한인 오는 5월23일까지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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